정부 농업인 직불금제, 후계농 중복지원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농민단체 “직불금 전액지원” 요구… 농식품부, 기존 후계농 선발 연계
청년고용 농업법인엔 10%만 할당… 농업 일자리 창출 당초 취지 무색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는 청년 농업인 직불금제를 영농 기반을 물려받은 후계농 위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청년 농업인의 정착자금을 지원해 농업계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당초 계획과는 다를 뿐 아니라 후계농에 대한 중복 지원 논란마저 일고 있다. 또 농업기술화를 주장해 온 정부가 청년을 고용한 농업법인에 대해서는 직불금 중 10%만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제와 기존 후계농업경영인 선발 제도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후계농 지원을 받으려면 2개년 계획을 내야 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직불금 지급기한인 3년까지 합한 5개년 계획을 심사한다는 내용이다. 또 후계농 선발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직원이 청년 농업인 선정도 담당하게 된다.

청년 농업인 직불금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내년부터 40세 미만 청년 농업인 1500명을 선발해 최대 3년까지 매달 10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 농업에 뛰어든 젊은이들에게도 최저임금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으며 당초 일정 소득 이하인 청년 농업인을 돕는 것이 목표였다. 후계농업경영인은 부모의 영농 기반을 물려받는 청년 농업인을 의미하는데 일단 지정되면 저금리로 토지구입비용 등을 융자하는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농식품부는 청년 농업인 직불금제와 후계농 선발을 연계하는 이유에 대해 ‘지자체의 사업 대상자 선발 부담 완화’를 들고 있다.

정부의 계획이 알려지면서 일부 농민단체는 아예 직불금 전액을 후계농에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국회에 제출한 ‘2017년도 정기국회 국정감사 10대 정책 요구사항’에 따르면 신규 후계농업경영인 1800명 전원을 청년농업인 직불금제 지원 대상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신규 후계농업경영인 지정 후 5년까지 매달 100만 원을 지원해 달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이런 연계 방침을 두고 청년 농업인들은 중복 지원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전남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강모 씨(33)는 “영농정착 지원금 대상자를 독립경영인 중에서 선발하겠다면서 지자체의 후계농 선발과 연계하면 결국 중복 지원이 될 것”이라면서 “벌써부터 지원 대상이 다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우려했다.

농업법인에 취업한 인력에 대해서는 직불금의 10%만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논란이 되고 있다. 청년 농업인을 고용한 농업법인에 지원하는 비용은 전체 직불금의 10%만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농업기술화를 강조해 온 정부가 정작 기술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농업법인에는 지원이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의원은 “청년 직불금제를 먼저 시행한 일본과 프랑스는 취업농 위주로 지급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 검토 중인 사안일 뿐 결정된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농식품부는 “후계농 선발과 연계한다고 해도 별도의 사업계획서를 받아 엄격하게 심사할 예정이며 연말까지 제도를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직불금제#후계농#중복지원#농업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