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10조 재건축… 현대건설, 반포주공 1단지 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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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꺾고 시공사로 선정

환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의 공동시행사로 현대건설이 낙점됐다. 2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조합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조합원들과 현대건설 관계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 단지를 한강을 본뜬 
외관(위 사진)으로 설계해 강남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현대건설 제공
환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의 공동시행사로 현대건설이 낙점됐다. 2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조합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조합원들과 현대건설 관계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 단지를 한강을 본뜬 외관(위 사진)으로 설계해 강남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현대건설 제공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사업의 건설업자로 현대건설이 선정되었음을 선포합니다.”

27일 오후 5시 10분경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조합이 시공사 선정 투표 결과를 발표하자 탄성과 환호가 잇달아 터져 나왔다. 현장에는 조합원 등 관계자 100여 명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조합원 이모 씨(72)는 “건설사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해 보기에도 안 좋고 어느 쪽 말이 사실인지도 헷갈렸는데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하다”며 긴 숨을 내쉬었다. 윤승하 전무 등 현대건설 관계자 6명은 단상에 올라가 “조합원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사상 최대 재건축사업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1, 2, 4주구)는 총사업비 10조 원 규모에 걸맞게 수주 경쟁도 역대급으로 치열했다. 강남권 중에서도 교통·학군이 뛰어난 ‘노른자 입지’ 단지인 데다 국내 대표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정면승부를 펼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결국 탄탄한 자금력을 앞세운 현대건설이 승리의 깃발을 낚아채며 국내 건설업계 맏형의 자존심을 지켰다.

○ 정주영 마케팅 vs 고액 이사비 논란

이날 열린 재건축조합 임시총회에는 조합원과 건설사 관계자, 취재진 등 약 1600명이 몰렸다. 총회가 열린 체육관에는 정당의 전당대회 못지않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현대건설과 GS건설 관계자들은 체육관에 입장하는 조합원들을 향해 막판까지 홍보전을 펼쳤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과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1차 설명회에 이어 이날도 직접 마이크를 잡고 조합원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현대건설은 반포주공 1단지 조합원의 평균 연령이 74세인 점을 노려 현대건설 창업자인 정주영 명예회장을 언급하며 향수를 자극했다. 정 사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사업을 하면서 신용을 잃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했다. 이 말처럼 저희는 신뢰를 잃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현대건설의 홍보 영상에도 정 명예회장이 등장했다.

반면 GS건설은 논란이 됐던 고액 이사비 지원 문제를 집중 공략했다. 앞서 현대건설은 가구당 이사비 7000만 원을 무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과도한 지원이라는 언론의 지적이 잇따르자 국토교통부가 시정을 요구했고, 조합이 이사비를 거절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임 사장은 “아무리 좋은 내용도 그게 화근이 돼 사업이 지연되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게 된다”며 공격했다.

날카로운 신경전도 오갔다. 재건축사업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현대건설은 “마구잡이로 수주하지 않고 오직 반포주공 1단지를 위해 최고의 사업조건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GS건설은 “현대건설의 ‘디에이치(The H)’ 브랜드는 다른 계열사도 같이 쓰는 것으로 언제 바뀔지 모른다”고 지적하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조합원(전체 2294명)의 80% 이상이 사전에 부재자 투표를 마쳐 이날 현장투표는 약 1시간 만에 끝났다. 개표원 40여 명이 개표 작업을 하는 동안 부정을 감시할 채증 카메라가 8대나 투입됐다. 개표 상황은 실시간으로 체육관 내부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으로 생중계됐다.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2193명 중 1295명이 현대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 현대건설 “탄탄한 자금력, 70년 노하우 통했다”

건설업계 맏형이지만 주택시장에서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현대건설은 이번 승리로 단숨에 명예를 회복했다. 현대건설의 성공 비결로는 탄탄한 자금력이 꼽힌다. 반포주공 1단지는 공사비만 약 2조6000억 원으로, 대형 건설사의 1년 치 주택 수주 금액과 맞먹는다. 여기에 사업비, 이주비, 중도금 대출 등을 더하면 전체 사업규모는 10조 원대에 이른다. 현재 지상 6층, 2120채 규모인 이 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지상 최고 35층, 5388채(전용면적 59∼212m²)의 매머드급 단지로 탈바꿈한다.

재건축조합이 청산되기까지 최소 7, 8년이 걸리는 만큼 장기간 ‘10조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려면 건설사의 재무 건전성과 현금 동원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올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 2위를 차지한 현대건설은 높은 신용등급(AA―)을 받을 만큼 경영상태가 양호하다. 부채비율(118%·6월 기준)도 10대 대형 건설사(2017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중 가장 낮다.

올해로 설립된 지 70년이 된 현대건설의 기술과 노하우를 담아 제안한 단지 설계와 첨단 시스템, 커뮤니티시설 등도 돋보였다. 현대건설은 전체 가구의 70%(3700여 채)에서 한강을 내다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고층 동(棟)은 한강의 물결을, 일부 저층 동은 요트 모양을 본떠 이색적으로 외관을 디자인했다. 실내 아이스링크 등 그동안 국내 아파트에서 볼 수 없던 편의시설들이 단지에 들어선다. 정 사장은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을 이끌 ‘100년 주거 명작(名作)’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다음 달부터 공사비 1조 원에 육박하는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송파구 미성·크로바 등 강남권 재건축의 시공사 선정이 이어져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애진 jaj@donga.com·정임수·강성휘 기자
#재건축#현대건설#반포주공 1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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