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러는 세상에 없던 제품이었다. 높이, 폭 등 모든 걸 처음 정해야 했다. 백화점을 돌아다니면서 트렌치코트, 바지, 양복들의 전체적인 사이즈를 다 쟀다.”
조애나 LG전자 유럽·CIS세탁기영업팀 책임이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 개발 과정에서의 우여곡절을 털어놓은 동영상이 사내 게시판에 올라왔다. 8년에 걸친 스타일러 개발 성공기가 압축적으로 담긴 총 3회(각 20분) 분량의 동영상은 LG전자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다. 스타일러는 자주 세탁하기 어려운 양복이나 교복, 겉옷 등을 새 옷처럼 깨끗하게 관리해주는 의류관리기다. 올해 1분기에는 월 평균 1만 대 이상 팔리면서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었다.
LG전자가 지난달부터 ‘LG전자 레전설(레전드와 전설을 합친 신조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들이 탄생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임직원들과 공유하자는 취지다. 조직문화팀에서 제품을 선정해 해당 제품 기획, 개발, 마케팅 담당자들을 인터뷰한 동영상을 사내 게시판에 올린다. 성공 스토리는 1∼2개월에 1개씩 소개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1등 DNA를 전 회사에 확산하도록 강조해왔다. 성공한 제품의 비결을 공유함으로써 ‘이기는 방식’을 함께 배우자는 의미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레전설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트롬 스타일러가 선정된 이유는 ‘뚝심’ 때문이다. 2011년 처음 세상에 나온 스타일러 1세대의 성적은 저조했다. 수십억 원의 개발비가 들어갔지만 매출이 나오지 않았다. 스타일러 개발팀은 1년 6개월 동안 1000번이 넘는 고객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을 찾았다. 박해용 스타일러 개발리더(책임)는 “조 부회장이 직접 스타일러를 사용하면서 개인이 한두 벌 넣는 크기의 제품도 필요할 것 같다는 피드백을 주셨고, 그게 소비자 테스트 결과와도 맞아떨어졌다”며 “2세대 스타일러는 1세대 대비 70% 수준의 부피로 출시해 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사내 반응은 뜨겁다. 3개 동영상을 합쳐 조회 수는 8000건에 달한다. ‘중국에서 카피까지 나올 정도라니 대단하다’ ‘1세대 제품 보고 충격 받은 1인, 지금까지 대만족’ 등 직원들의 댓글이 줄줄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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