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 대만, 전국 블랙아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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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고장에 5시간 동안 전체 3분의 2인 828만가구 정전
“탈원전 정책 재고해야” 목소리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 중인 대만에서 15일 대정전(블랙아웃)이 발생했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고장으로 수도 타이베이 등 사실상 대만 전역이 수 시간 동안 전력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태풍의 영향과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 수급 불안이 고조된 상황에서 대정전마저 발생하자 대만 내부에선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대만롄허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15일 오후 4시 50분경 대만 북부 다탄(大潭) LNG 발전소에 연료 공급 이상이 발생하면서 이 발전소에 설치된 발전기 6기가 약 2분간 멈췄다. 이로 인해 약 4200MW(메가와트)의 전력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이날 대만은 섭씨 36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때문에 전력 예비율이 3.17%(피크타임 기준)로 떨어져 예비 전력이 1157MW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6기의 LNG 발전기가 사고로 멈추자 이를 대체할 만한 전력이 전무한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타이베이를 포함한 주요도시 등 대만 국토의 약 46%에서 단전 피해가 발생했으며, 긴급 복구로 정전 상태가 원상회복되기까지 약 5시간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이 사고로 대만전력공사가 전력공급 제한조치에 나서자 대만 전체 가구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828만 가구가 영향을 받았다.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신고가 전국적으로 900건 가까이 접수됐고 쇼핑센터, 병원, 공장 등이 전기 부족으로 영업이나 운영을 중단했다.

이에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사과했고, 주무장관인 대만 경제장관은 즉시 사퇴의 뜻을 밝혔다. 또 대만 정부가 추진 중인 탈원전 정책에 대한 재고 요구도 커지고 있다. 대만은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차이 총통 취임 후 ‘2025년까지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대만#대정전#탈원전#원전#블랙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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