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석달만에 늘고… 증시엔 외국인 투자 몰려
“2월 수출 증가 등 경기 개선” 분석엔… “中화장품 사재기 등 단기현상” 반론
광공업생산 8년만에 최대폭 감소
침체됐던 소비가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내수·수출이 회복되는 것과 달리 기업의 생산·투자는 감소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경기 회복 전망엔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 자료에 따르면 2월 소비(소매판매)는 전달보다 3.2% 늘었다. 월별 소비가 증가한 것은 지난해 11월(―0.3%) 이후 3개월 만이다. 승용차 소비가 4.9% 늘며 전체적인 증가세를 이끌었고 화장품 등 비내구재(3.1%), 의류 등 준내구재(3.3%) 소비도 회복세였다. 주환욱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2월 수출액이 1년 새 20% 이상 느는 등 수출도 호조세여서 전체적으로 경기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가 반등 기미를 보이면서 기업 실적과 증시 상황도 개선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에는 외국인 자금이 몰리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외국인 거래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32%를 넘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는 역대 가장 활발한 시기”라며 “기업 이익이 개선되는 신호가 뚜렷하고, 한국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외국인 투자가 몰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만으로 경기 전망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여전히 많다. 소비가 반등한 것은 전달 감소 폭이 컸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끼어 있다는 것이다. 1월 소비는 2.0%나 줄었다.
내수 회복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경제 보복을 앞두고 중국 소매상들이 화장품 등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연초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판매 역시 신차 출시에 따라 단기적으로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생산·투자가 위축된 점도 우려스럽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4% 줄었다. 광공업생산이 한 달 새 3.4% 줄어든 영향이 컸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10.6%) 이후 8년여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통계청은 “지난해에 비하면 2월 수출이 많이 늘었지만 전달 대비로는 증가 폭이 미미하다”며 “반도체 자동차 등의 세계적인 업황이 안 좋아지며 주력 품목의 생산량은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생산·투자가 내수 개선효과를 상쇄하는 현상이 이어질 경우 수출 여건이 올해 한국 경제의 희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 미국의 무역 보복 움직임과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등을 주된 변수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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