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9조원어치 자사주 소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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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조원어치 이어 두번째… 1주당 2만7500원 사상 최대 배당
“경영진 수사로 투자계획 못세워”

 삼성전자가 올해 총 9조3000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한다고 24일 공시했다.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1조3000억 원어치를 매입해 소각한 데 이은 또 한 번의 대규모 소각 프로젝트다.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3, 4회에 걸쳐 자사주를 사들인 뒤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발행된 주식 총량이 줄어든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올라간다는 얘기다. 통상 주가도 오르기 때문에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016년과 2017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배당 확대 등을 담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한 뒤였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사주 매입 규모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7조 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오너 일가 지분도 올라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11조3000억 원의 자사주 소각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은 2015년 말 4.69%에서 지난해 9월 4.91% 정도로 높아졌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가가 190만 원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0.2%포인트가량 지분을 끌어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대규모로 소각할 수 있는 것은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보유량이 88조2300억 원으로 전년 동기의 71조5400억 원보다 16조6900억 원(23.3%)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차입금을 뺀 순 현금은 72조95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상 최대의 현금배당도 발표했다. 중간배당을 포함한 2016년 주당 배당금은 보통주 1주당 2만7500원(우선주는 주당 2만7550원)으로 현금배당금 총액은 3조9900억 원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4분기(10∼12월) 부품(DS) 부문에서만 6조3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도체(4조9500억 원)와 디스플레이(1조3400억 원) 모두 사상 최대치다. 삼성전자가 지난 2, 3년간 고부가가치 제품에 전략적으로 투자한 것이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맞물려 빛을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시설투자액 25조5000억 원 중 반도체(13조2000억 원)와 디스플레이(9조8000억 원)에 23조 원을 쏟아 부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최순실 사태 등으로 최고위 경영진이 수사를 받고 있어 예년처럼 투자 계획 등을 세우지 못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 마무리됐어야 할 주요 조직 개편 및 사장단·임원 인사 등이 미뤄지면서 연쇄적으로 경영 계획에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김지현 jhk85@donga.com·이샘물 기자
#삼성전자#자사주#주식#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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