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標 사회공헌’ 선보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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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기부금 내고, 비영리단체가 전문 운영”
‘나눔과 꿈’ 프로젝트 본격화

 
삼성그룹이 ‘이재용표’ 기업 사회공헌 모델을 14일 처음 공개했다.

 “기부는 기부 전문가에게 맡기고, 기업은 이를 최대한 지원하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평소 사회공헌 철학이 담긴 ‘나눔과 꿈’ 프로젝트다. 이 부회장이 삼성 총수로서 주도하는 첫 사회공헌 사업이기도 하다.

 현장을 뛰는 비영리 전문단체들과 손잡고 진행하는 이번 사업이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움츠러든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사회공헌도 전문적으로”

 이 부회장은 최근 미르와 K스포츠재단 출연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외부에서 들어오는 기부 요청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회공헌 액수는 줄이지 말 것을 당부하며,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지원될 수 있도록 관련 내부 제도를 개편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번 사태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자체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삼성과 함께 나눔과 꿈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은 “최근 어수선한 시국에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기부금이 예년보다 많이 적다”고 전했다. 기업 기부가 줄면서 개인 기부도 크게 위축됐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이맘때 39.9도까지 올라갔던 ‘사랑의 온도탑’은 14일 오후 기준 아직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도에 머물고 있다. 현재까지 모금된 액수는 538억 원으로 목표액(3588억 원)에 크게 못 미친다.
○ 국내 첫 ‘기부 공모’

 삼성은 현장에서 발로 뛰며 쌓아둔 아이디어는 많지만 재원이 부족해 미처 실천하지 못했던 비영리단체들을 주목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올해 8월부터 사업 아이디어를 공모한 뒤 사회공헌 전문가들에게 두 차례 심사를 맡겼다. 그동안 한국에선 시행된 적이 없는 새로운 ‘기부 공모’ 형태의 사회공헌 사업이다.

 2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정된 51개 단체는 이날 최대 5억 원씩 지원받았다. 활동 기간은 최장 3년이다. 삼성이 이날 집행한 금액은 100억 원으로, 앞으로 매년 사업 프로젝트를 공모해 지원하기로 했다.

 선정된 단체들은 분야별로 사회복지기관이 60%로 가장 많고 환경 문화 글로벌 등 분야별로 골고루 선정됐다. 규모별로는 30인 미만 중소규모 단체가 80% 이상이고 지방에 위치한 기관들도 절반을 차지했다.

 전문성을 강조한 만큼 각 기관마다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앞세워 공모한 것이 특징이다.

 입양 청소년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인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는 영어가 유창한 해외 입양인들이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사업을 제안했다. 해외 입양인을 지원 대상으로만 보는 대신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모국에 대한 자부심을 제고하자는 아이디어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은 취약계층에 속하는 연극인들을 강사로 채용해 탈북 아동 및 청소년에게 연극을 가르쳐 사회성을 키워주는 사업을 제안해 채택됐다. 취약계층 연극인들의 수입에도 보탬이 되는 일석이조의 사업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미혼모 보호 시설인 마리아의집은 미혼모의 자존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집단상담과 진로지도 및 올바른 경제관 습득을 위한 재무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면접심사위원인 황창순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선정된 사업들은 아이디어와 해결 방법 측면에서 혁신성을 보여줬고 사회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현 jhk85@donga.com·이샘물 기자
#삼성#이재용#사회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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