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올리는데도 못 웃는 철강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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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끌어온 후판값 협상, 10%선 인상 가닥
“원재료값 급등에 별 이득없어”… STX 파산땐 수백억 대금 떼일판
조선사도 “원가부담 수주 악영향”

 국내 철강사가 조선사에 공급하는 하반기(6∼12월) 후판(6mm 이상의 두꺼운 압연강판) 가격을 10% 올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수주 가뭄인 조선사들은 선박을 만드는 기본 재료인 후판 가격까지 오르면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18일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철강사와 조선사들은 조선용 후판 공급가격 협상을 잇달아 타결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현대중공업 등 조선사와 협상을 일부 마무리했고 동국제강도 조선사들과 개별 협상을 마무리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와 후판 가격을 놓고 5개월 넘게 각각 개별 협상을 벌여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에서 하반기 조선사에 공급하는 후판 단가를 1t당 5만 원 이상 수준으로 올렸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 50만 원대에 후판을 공급해온 것을 감안하면 10% 정도 인상하는 선에서 가격 협상이 이뤄진 셈이다.

 철강사들은 2013년 이후 국내 조선사에 공급하는 후판 가격을 동결 또는 인하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후판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상승하자 올해 들어 줄곧 가격 인상을 주장해왔다. 철강사와 조선사의 후판 협상은 보통 1년에 2차례씩 이뤄진다. 국내 철강 3사의 전체 매출에서 후판 매출 비중은 10∼20% 수준으로 이 가운데 선박용 후판이 절반을 넘는다.

 후판 가격 인상은 그렇지 않아도 수주 물량 감소와 저가 수주로 어려움을 겪는 조선사들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후판이 선박 제조 원가의 15∼2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 상승은 당연히 부담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원재료비 상승이 조선 수주 가격 하락세를 막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후판 공급가격을 올렸다고 철강사가 웃을 상황도 아니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번 인상이 별 이득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고로에 쓰이는 석탄인 원료탄은 7월 1t당 96달러였지만 이달 들어 210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크게 오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인 조선업체들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인상폭을 최소화한 것”이라며 “원재료 가격 상승을 감안하면 실제론 올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철강 3사는 지난해 하반기 STX조선에 납품한 후판 대금을 못 받을 처지에 놓이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이 파산절차를 밟으면 후판 미결제 금액을 받기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그동안 STX조선에 후판을 공급하고 받지 못한 대금은 포스코 373억 원, 동국제강 332억 원, 현대제철 142억 원 수준이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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