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까지 들썩… 9월 집값 상승폭 올 최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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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낀 비수기 이례적 활황세

지난달 전국의 집값 상승폭이 월간 기준으로 올 들어 가장 컸던 것으로 집계됐다. 추석 연휴가 낀 9월은 주택시장의 비수기로 꼽히지만 시장이 이례적으로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8월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이 시장에 ‘주택공급 축소’ 신호로 읽히며 집값을 띄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강남 재건축발 인기에 지방도 반등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가 상승률은 0.08%로 전달(0.07%)보다 0.01%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12월(0.15%) 이후 월간 단위로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전국 집값은 올해 3월까지 보합세를 보이다 4월(0.02%) 이후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전달에 이어 0.26% 오르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강남(0.69%) 강동(0.41%) 서초구(0.27%) 등 강남 지역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이 지역들에 밀집된 재건축 단지들이 ‘상승 랠리’를 이어가며 주변 시장에 군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값 상승률은 0.90%로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현대(전용면적 131m² 기준), 개포주공1단지(전용면적 41m² 기준)가 9월 한 달 새 각각 1억5000만 원, 6000만 원 정도 뛰었다. 서초구 잠원·서초동, 송파구 신천동 등의 중소형 규모 재건축 단지들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천동 태양파크공인중개소의 김회주 대표는 “재건축 몸값이 급등하자 지어진 지 10년 안팎 된 일반 아파트 주인들도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올 들어 2월 이후 8월까지 주춤했던 지방 집값도 지난달 반등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주택 매매가가 0.02% 올랐다. 울산·충남은 상승폭이 8월에 비해 각각 0.12%포인트, 0.10%포인트 커졌다. 다만 대구(―0.12%) 등 일부 지역은 하락세를 보이면서 양극화 추세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 공급 과잉 우려 커 투자에 신중해야

 연초 부동산 시장에서는 하반기(7∼12월)부터 주택시장 분위기가 꺾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2014년과 지난해 전국에서 70만 채가량 분양된 아파트들의 입주 시기가 다가오면 ‘공급 과잉’ 우려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킨 건 1%대의 초저금리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정부 방침이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저금리로 증권·금융시장에서 기대수익을 올리지 못한 투자자들이 서울 재건축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8월 말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도 영향을 미쳤다. 신규 택지 축소 발표에 주택공급 감소를 예상한 일부 집주인이 매물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값은 이 대책이 발표된 8월 말 이후 1개월 동안 1.21% 뛰었다.

 하지만 갈수록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서울 동남권과 지방 택지지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금 시세가 떨어지는 ‘역전세난’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에선 올 들어 위례신도시·미사강변도시 등의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강동·강남·서초구 등의 전세금 상승폭이 크게 줄었고, 지난달에는 서초(―0.14%) 강동(―0.09%) 송파구(―0.01%)에서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떨어지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산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갭투자’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를 기대하고 집을 샀던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내년 전국 아파트 시장의 최대 화두는 역전세난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과도한 대출을 받아 전세 낀 주택을 매입하는 투자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부동산#집값#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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