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40년만에 100% 국산화… 규모 7.0 지진에도 견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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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 신한울 1, 2호기 건설 현장

현재 일부 시운전이 진행 중인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터빈 건물. 신한울 원전은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를 적용해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현재 일부 시운전이 진행 중인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터빈 건물. 신한울 원전은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를 적용해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26일 오전 경북 울진군 죽변면. 서울에서 승용차로 4시간 거리인 이곳은 인적 드문 한적한 산골이다. 하지만 교차로를 빠져나와 1km가량 바닷가로 나서면 거대한 공사장을 볼 수 있다. 한국의 25, 26번째 원자력발전소로 지어지는 신한울 원전 1, 2호기 건설 현장이다. 최근 경북 경주시의 규모 5.8 지진으로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새로 조성되는 원전 단지가 원자력 안전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 첫 원전 가동 40년 만에 100% 국산화 성공

 2010년 7월 착공한 신한울 원전 1, 2호기는 100% 국내 기술로 만들어지는 첫 원전이다. 아랍에미리트 바라카에 수출한 원자로이자 울산 울주군 신고리 3호기와 같은 모델인 표준 원자로 APR-1400을 기반으로 했다. 여기에다 원전의 두뇌로 꼽히는 제어설비(MMIS)와 원전 안전의 최후 보루인 원자로 냉각재 펌프(RCP)도 국산화해 사용하는 데 성공했다. 신고리 3호기 및 바라카 원전은 국산 원자로를 사용했지만, MMIS 등 핵심 설비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의 기술에 의존했다. 신한울 1호기는 2018년 4월, 2호기는 2019년 2월에 각각 가동된다. 신한울 1호기를 기준으로 보면 국내 원전 1호인 고리 원전 1호기가 가동을 시작한 1978년 이후 40년 만에 100% 국산화된 원전이 선보이는 셈이다.

 현장 직원을 따라 거대한 미로 같은 원전 제어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합판으로 만든 임시출입문을 지나자 최첨단 컴퓨터 설비들이 가득 찬 방이 나왔다. 원전의 모든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대처하는 주 제어실이었다. 원전은 아직 건설 중이지만 주 제어실은 이미 일부 설비의 시운전을 하고 있었다. 김혁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차장은 “사람 몸에 비유하면 두뇌를 먼저 완성한 후 팔다리 등을 하나하나 만들어 머리와 연결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 규모 7.0에도 견디는 안전 설비

 최첨단 설비를 갖췄지만 안전을 위해 기존에 검증된 ‘아날로그’ 시설도 함께 갖췄다. 최첨단 디지털 회로도가 가득한 주 제어실의 한쪽 벽에는 아날로그 스위치들이 붙어 있다. 지진 등 자연재해로 광통신망을 이용한 컴퓨터 제어 시설이 먹통이 되는 상황에 대처하는 수동식 안전 제어판이다.

 원자로, 터빈, 전기설비와 연결된 이 제어판은 장치들을 정지시키는 데만 쓰인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원전 가동을 정지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도 제때 원자로 가동을 중지시키지 못해 폭발했다.

 이 밖에도 신한울 원전에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세계 원자력 학계에서 제안한 다양한 안전 강화 설비들이 설치됐다. 해일 등으로 원전이 침수될 것에 대비해 설치된 3중 보호 장치가 대표적이다. 3중 보호 장치는 냉각수 온도 상승으로 발생하는 수소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피동형 수소제거설비’와 원자로가 물에 잠기더라도 가동되는 방수형 배수펌프, 이동식 비상 디젤 발전기로 이뤄졌다.

 내진 성능도 이전에 지어진 원전보다 향상됐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4기는 모두 규모 6.5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시설이 갖춰졌다. 신한울 원전은 이보다 더 나아가 규모 7.0의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김 차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에 관한 개선사항을 건설 단계에서 처음 적용한 곳이 신한울”이라며 “경주 지진보다 20배 강한 지진에도 안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준을 높였다”고 말했다.

울진=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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