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는 택배 물품을 직접 받기 어려운 소비자들을 위해 지정된 사물함에 배송을 해주고, 원하는 시간에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스마일박스’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이베이코리아 제공
평일 업무가 많은 워킹맘 박연수 씨(36)는 택배 문제로 종종 곤혹스러운 때가 있다. 한창 일하고 있는데 택배 기사의 전화를 받는다. 집에 사람이 없으니 현관 앞에 두고 간다는 짧은 메시지다. 이따금 택배 박스가 사라지기라도 하면 황당하다. 박 씨는 가져간 물품을 돌려달라고 문 앞에 메모지를 써 붙여 봤지만, 되찾은 적은 한 번도 없다.
혼자 사는 서나빈 씨(29)는 온라인몰에서 산 제품을 반품할 때가 가장 골치 아프다. 평일 낮엔 집에 아무도 없어 반품할 물건을 맡았다가 택배 기사에게 넘겨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 사무실에서 개인적인 택배를 주고받는 것도 눈치 보인다.
온라인 쇼핑몰들의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속속 새로운 배송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주문한 당일 물건을 보내주는 빠른 배송 경쟁을 넘어 이제 배송을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차별화하는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 ‘동네 사물함’ 픽업… 배송의 진화
소비자 불편에 주목하기 시작한 해외 업체들은 ‘사물함’에서 해법을 찾았다. 택배를 직접 받기 불편한 소비자들을 위해 전용 무인 택배함을 설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택배 기사가 집 주소가 아닌 지정 택배함으로 물건을 배달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물품을 가져가면 된다. 이 사물함을 통해 반품도 가능하다.
집 대신 동네에 마련된 별도의 ‘사물함’으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는 2000년대 초반 영국에서 처음 시작했다. 무인택배 업체 ‘바이박스’는 휴대전화 보급이 확산되면서 공중전화 부스가 더 이상 쓸모없어지자, 이를 사들여 물품 보관소로 개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야간에 택배 물품을 보관소에 배달하면, 아침 출근길에 소비자가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항공 특송 업체 페덱스도 바이박스의 모델을 본떠 2013년 ‘십&겟(Ship&Get)’이라는 이름의 사물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배송지를 지정 사물함으로 설정하면, 집 대신 사물함에 물품을 배달해 준다. 물품을 찾아가지 않아도 최대 5일 동안 보관이 가능하다. 자체 운영하는 사물함이기 때문에 고객이 사물함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바이박스와는 다르다.
온라인 쇼핑몰이 자체적으로 배송 사물함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아마존이 2011년 ‘라커’ 서비스를 도입하면서부터다. 아마존은 미국과 영국 내 편의점, 주차장, 지하철역 등에 전용 사물함을 설치하고, 고객들이 택배를 수령해 갈 수 있도록 했다. ○ 1인·맞벌이 가구가 주요 대상
롯데백화점은 온라인 주문한 상품을 가까운 백화점이나 편의점에서 받아가는 배송 시스템인 ‘스마트픽’과 ‘크로스픽’을 운영한다. 롯데백화점 제공 아마존의 라커 서비스가 큰 호응을 얻자 국내 업체들도 이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서비스가 바로 ‘전용 무인 택배함’ 서비스다. 최근 옥션과 지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편의점 GS25와 제휴해 무인 택배함인 ‘스마일박스’를 선보였다. 옥션과 지마켓에서 제품을 주문할 때 집 주소 대신 사물함 위치를 지정하면, 이곳으로 택배가 배달된다. 휴대전화로 전송되는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사물함에서 물건을 찾아갈 수 있다.
스마일박스의 주요 고객은 낮 시간에 택배를 직접 받을 수 없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상권 분석을 통해 1인 가구 밀집 지역으로 추정되는 서울 지역 50곳에 스마일박스를 설치했다. 김주성 이베이코리아 O2O팀장은 “혼자 사는 여성이나 경비실이 없는 다세대주택 거주자 등이 주요 서비스 대상”이라며 “앞으로 전국 편의점에 사물함 1000대 이상을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2014년부터 온라인으로 구입한 제품을 인근 백화점에서 찾아가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후 4시 전에 온라인몰인 롯데닷컴, 엘롯데 등에서 주문을 하면 인근 백화점에서 제품을 수령해 갈 수 있는 서비스다. 이에 더해 온라인에서 구매한 제품을 인근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한 ‘크로스픽’ 서비스를 지난해 도입했다. 사물함을 별도로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백화점, 편의점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이완신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온라인 배송 서비스도 이에 맞게 효율적으로 변화해 갈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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