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전량 새 제품 교체’라는 파격적인 대응책을 내놓은 데에는 삼성전자 익명 게시판이 상당한 역할을 미친 것으로 4일 뒤늦게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배터리에서 원인을 찾은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당초 배터리만 교체해주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문제는 이미 소비자 손에 들어간 제품 중 어떤 제품이 문제 소지가 된 배터리를 탑재했는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소비자들에게 삼성서비스센터를 찾아 직접 확인 과정을 거치라고 공지해야 한다는 점. 배터리를 교체할 경우 시간만 30분 이상 걸리는데다 갤럭시노트7의 방수 기능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전자업계에선 흘러나왔다.
이 같은 분위기가 언론 등을 통해 전달되자 가장 들끓은 곳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익명 사내게시판이었다. 배터리 교체가 아닌 무조건 새 제품 교환이 최선의 조치라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직원은 “전량 리콜 후 신제품으로 교환해 주세요. PS(성과급) 안받아도 되니까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부끄럽습니다.”라고 달았다. PS는 계열사별로 지급되는 성과인센티브(OPI)로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된다. 무선사업부는 거의 매년 계열사 중 가장 많은 PS를 받아왔다.
이후 수많은 글들이 올라왔다.
“우리 모두가 갤럭시 스마트폰을 쓰는 고객 앞에서 당당할 수 있도록 최선의 결정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어렵고 복잡한 상황일수록 원칙을 되돌아 봐야 합니다. 경영진의 현명한 판단을 믿습니다.”
“우리 회사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결단입니다. 확실한 보상 결정해야 합니다.”
이 같은 글이 조직 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도 직접 댓글을 달았다. 고 사장은 “사업부장으로서 문제를 유발하게 한 점 부끄럽게 생각한다. 여러분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 이동통신사업자들과 최종적인 몇 가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품질에 대한 경각심을 극대화하고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무선사업부로 거듭나겠다. 매우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올렸다.
이후 고 사장은 회사의 당초 계획과 달리 직접 긴급 언론브리핑에 나서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원인을 설명한 뒤 전량 새 제품 교체 및 개통철회 기간 연장 등을 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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