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內 첫 대형마트 ‘상생 웃음꽃’

  • 동아일보

이마트, 당진어시장에 노브랜드 스토어 오픈
각각 신선-가공식품으로 차별화, 젊은층 유인… “손님 3배로 껑충”

충남 당진시 당진어시장에 이마트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31일 문을 열었다. 전통시장을 기피하는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장난감도서관, 카페 등을 갖췄다.
충남 당진시 당진어시장에 이마트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31일 문을 열었다. 전통시장을 기피하는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장난감도서관, 카페 등을 갖췄다.
1층 입구로 들어서 ‘재섭이네 수산’과 ‘시장족발’ ‘김포닭집’을 지나자 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빙워크가 나왔다. 무빙워크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자 벽에 붙어 있는 이마트의 노브랜드 상표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정면에는 410m²(약 125평) 규모의 노브랜드 전문점이, 왼쪽으로 꺾자 노브랜드 카페(규모 50m²·약 15평)와 장난감도서관(280m²·약 85평)이 나왔다.

이마트는 31일 충남 당진시 신평면 당진어시장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열었다. 이마트 측은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후 전통시장 시설 안에 대형 유통업체가 들어선 첫 사례”라고 밝혔다. 당시 법 개정으로 대형 유통점포는 전통시장 반경 1km 안에 문을 열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날 오전 찾은 매장에서는 카트를 끄는 20, 30대 젊은 주부를 여럿 볼 수 있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는 주부 김정화 씨(33)는 “전통시장은 생선이나 채소 가격이 저렴해 가끔씩 들렀는데 다른 물건도 한꺼번에 살 수 있어 편해진 것 같다”고 했다. 정식 개점 전날인 8월 30일 우선 영업을 시작해 하루에 고객 800여 명을 모았다.

1층 어시장에 걸려 있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홍보 플래카드. 이마트 제공
1층 어시장에 걸려 있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홍보 플래카드. 이마트 제공
이번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당진시가 2015년 서울 중곡시장 인근에 문을 연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상생스토어 사례를 참고해 이마트에 먼저 입점을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상생스토어는 이마트가 전통시장 인근에 점포를 열되 축산, 청과 등 신선식품처럼 전통시장과 겹치는 품목은 들여놓지 않는 형태의 점포다. 이마트 측은 “상인회와 협의해 최종 입점 품목을 정했고, 앞으로도 상인들이 요구할 경우 품목을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대형마트 입점 자체에 거부감을 가졌던 상인들도 상생스토어의 취지를 듣고 마음을 바꿨다. 정제의 당진전통시장상인회장은 “당진은 현대제철 등 산업시설이 있어 젊은층 인구가 많다. 노브랜드뿐 아니라 장난감도서관과 카페 등이 함께 들어와 노후한 이미지가 있는 전통시장에 젊은 손님들을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층 어시장에서 제수용품을 팔고 있는 한 상인은 “마트가 어제(30일) 영업을 시작했는데 전통시장 손님이 평소보다 세 배 정도로 늘었다”며 “겹치는 품목이 별로 없어서 매출이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함께 찾은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노브랜드는 가공식품이나 생활용품 중심으로 상품이 많이 개발돼 있기 때문에 전통시장과의 상생에 적합한 브랜드”라며 “앞으로도 노브랜드 전문점을 통해서 대형 유통업체가 전통시장과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하는 모델을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진=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전통시장#이마트#당진어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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