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사업으로 안목 키워… 재계 “이중근 회장 따라하면 수익”
일각 “장기적 재무건전성 부담”
임대주택 건설로 유명한 부영그룹이 연이어 서울 도심의 삼성그룹 계열사 빌딩을 사들이며 주목받고 있다. 부영은 지난해 10월 이후 채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빌딩과 골프장 등 1조5000억 원이 넘는 부동산을 매입했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영은 서울 중구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23일 선정됐다. 매입 가격은 4000억 원대 중반으로 알려졌다. 부영그룹은 올 초에도 중구 세종대로(옛 태평로)의 삼성생명 빌딩을 5800억 원에 사들였다. 이 건물은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물이자 손꼽히는 풍수명당에 위치해 큰 관심을 끌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영은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 대우자동차판매 부지(3150억 원)를 시작으로 올 들어서도 경기 안성시 마에스트로CC(900억 원), 강원 태백시 오투리조트(780억 원), 제주 더클래식골프앤드리조트(380억 원) 등을 잇달아 사들였다. 서울 중구 소공동과 성동구 성수동 뚝섬 일대에서는 호텔 사업을 추진 중이며, 제주 서귀포 중문단지에서 리조트 사업도 펼치고 있다.
부영이 부동산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에는 이중근 회장의 결단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이 회장은 공공택지 공급 축소와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사업 확대 등 임대주택시장의 변화에 대응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부영은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5조4000억 원에 이르는 등 실탄도 충분하다.
특히 수십 년간 임대주택 사업을 해 온 이 회장은 부동산을 보는 안목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영이 주로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의무 임대기간(5, 10년) 이후 분양 전환된다. 이때 해당 지역의 가치 상승이 분양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알짜 입지에 임대주택을 지어야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 회장은 목표로 삼은 부동산은 때를 기다려 반드시 손에 넣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부영이 지난해 10월 매입한 인천 송도 대우자동차판매 부지는 당초 감정가가 1조 원을 넘었지만 네 차례 유찰됐다. 이 회장은 1년 가까이 시기를 조율하다 결국 당초 감정가의 30% 수준에 땅을 샀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가격과 시기를 철저하게 계산해 베팅하는 스타일”이라며 “그를 따라 땅을 사면 손해 보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하지만 부영의 대규모 부동산 매입이 장기적으로는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천 송도 테마파크, 서울과 제주의 호텔 신축 등에 많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며, 서울 도심권의 오피스 공실률이 10%에 육박하고 있는 점도 불안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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