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모방 못하게… 혁신기술, 개발 만큼 보호 신경 써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03시 00분


기업의 혁신 창출은 기본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나 뛰어난 인력과 같은 기업 내부 역량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애써 이뤄 놓은 혁신을 남들이 모방하면 자칫 혁신의 이익을 후발 주자들에게 빼앗길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혁신을 창출한 선도 기업들은 R&D 투자 외에도 자사의 기술과 지식, 노하우를 남들이 모방할 수 없도록 ‘전유성(專有性)’을 강화하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를 활용한다. 특허 등록이 대표적 예다.

기술경영 분야 국제학술지인 ‘테크노베이션(Technovation)’에 실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개 기업의 전유성 체제는 그 강도가 높을수록 혁신을 통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특허권, 상표권, 영업 비밀 등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활용하는 기업일수록 더 많은 혁신 성과가 창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이한 점은 라이벌 기업의 ‘흡수 역량’(외부의 지식과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다. 경쟁사의 흡수 역량이 높으면 남의 혁신을 쉽게 모방할 수 있어 선도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라이벌 기업의 높은 흡수 역량과 혁신 기업의 성과 창출 간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라이벌 기업의 흡수 역량과 혁신 기업의 전유성 체제 간 상호작용은 혁신 성과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강력한 전유성 체제를 갖춘 기업이 강력한 흡수 역량을 지닌 라이벌을 만날 경우 혁신 활동이 저해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혁신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삼성그룹 고 이병철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이었던 ‘메기론’을 떠올리게 한다. 메기론의 핵심은 강력한 라이벌이 나의 역량을 더 키워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강력한 경쟁자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는 기업의 혁신 성과가 올라가지 않는다. 라이벌 기업의 도전에 대응해 기업 내의 혁신을 충분히 보호하고 활용하게 해 주는 전유성 체제를 갖춘 기업일수록 더 많은 혁신을 만들어 내며 역량을 키워 나갈 수 있다. 점차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 상황 속에서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혁신을 전유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볼 때다.

조길수 경영혁신전략연구회 대표 gilsoo.jo@gmail.com
#경영의 지혜#경영#리더#혁신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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