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비 재킷에 면바지 입고 어깨엔 백팩… 외출하냐고요? 출근합니다!

정장 대신 개성… 남성 출근복의 변신

직장의 복장 규정이 정장에서 캐주얼로 점차 바뀌면서 재킷과 면바지를 입고(맨아래쪽 사진), 백팩을 메고(맨위쪽 사진) 출근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6년 차 직장인인 대기업 대리 구모 씨(33)는 출근할 때 재킷에 면바지, 편안한 로퍼(끈 없는 구두)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어깨에 멘 백팩에는 태블릿PC와 책, 회사 문서 등이 들어있다. 그가 입사한 2000년대 초만 해도 회사 동료와 상사들은 대부분 위아래 정장을 입고 서류가방을 손에 든 채 출근했다. 짙은 색깔의 구두와 튀지 않는 색상의 넥타이도 기본이었다. 구 씨는 “최근에는 옷과 액세서리 모두 너무 튀지 않는 색깔이면 회사도 용인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 올해 출근 패션은 푸른색 셔츠에 면바지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직장에서 ‘드레스 코드(복장 규정)’가 자유롭게 바뀌면서 남성들의 출근 복장이 빠르게 다양해지고 있다. 31일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직장인들의 출근복 중 정장과 캐주얼의 비율은 4 대 6으로 조사됐다. 이 연구소는 매년 20∼40대 남성 2500명을 대상으로 시청, 여의도, 삼성동 등 서울시내 사무실 밀집지역에서 출근복의 변화를 조사해 분석하고 있다. 출근 복장으로 캐주얼이 정장의 비중을 처음 넘어선 시점은 2011년이었다. 그 전까지 출근 복장의 기본은 정장에 넥타이를 매는 것이었다.

올해의 출근길 패션 스타일은 짙은 감색 재킷과 푸른색 셔츠 등 파란색이 대세다. 청색 계열 외에는 베이지 톤의 재킷을 입은 직장인이 많았다. 2010년 조사 때에는 대부분이 단추 두 개가 달린 검은색 투 버튼 정장이었다. 최근에는 특히 콤비 형태를 선호하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면바지를 입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짙은 감색과 베이지색 면바지를 즐겨 입는 직장인이 특히 많아졌다.

국내 유명 남성복 제조업체들의 재킷과 면바지의 판매 비중도 크게 늘었다. 갤럭시라이프스타일, 로가디스 등 브랜드의 블레이저(바지와 짝이 맞지 않는 재킷)의 올해 1∼5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0%, 30% 늘었다. 면바지 판매량도 각각 30%, 35%증가했다. 한섬 ‘타임옴므’의 단벌 재킷류(15.7%)와 면바지(16.8%)의 올해 판매량도 지난해와 비교해 늘었다.

○ 백팩 출근족이 서류가방 출근족 앞서

직장 남성들의 상·하의가 캐주얼 스타일로 바뀌면서 덩달아 백팩과 스니커즈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은 지하철만 타도 백팩을 멘 직장인들이 많이 보이지만 5년 전만 해도 그 비율이 극히 낮았다. 2010년 삼성패션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보면 가방을 든 출근자 중 3.4%만이 백팩을 멨다. 하지만 올해 가방을 갖고 출근하는 직장인 중 백팩을 멘 비율은 38.8%로 전통적인 서류 가방을 든 직장인(36.1%)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특히 30대 직장인은 지난해까지 서류 가방을 들고 출근하는 비율이 백팩보다 높았지만 올해에는 백팩을 메고 출근하는 비율이 43%로 서류 가방(33.2%)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전용 백팩을 제조하는 업체들의 판매량도 늘고 있다. 빈폴액세서리가 2월에 내놓은 스마트 백팩은 4개월 만에 1만2000개가 팔렸다. 젊은 직장인들이 요즘 많이 드는 쌤소나이트 ‘레드’라인 백팩은 2010년 론칭 이후 매년 평균 20∼30% 매출이 증가할 정도로 인기다.

달라진 직장인 패션은 회사 조직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8년부터 캐주얼 복장을 허용한 신세계그룹의 한 부장은 “캐주얼은 상·하의를 바꿔 입을 수 있어 정장보다 경제성이 높다”면서 “임원들까지 캐주얼을 입으면서 딱딱했던 조직문화와 사고가 유연해지고, 선후배 간 격식도 많이 사라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