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 갤러리아백화점에 마련된 6차산업 우수제품 테스트 매장에서 고객들이 농식품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부터 이 매장에서 우수한 국산 농식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충남 서산시 아로니아영농조합의 이희준 대표(41)는 6년 전 다니던 건설회사를 관두고 서산으로 귀농했다. 처음에는 야생화를 재배해 중간 도매상에게 팔았다. 그러다 지난해 초부터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왕의 열매(King‘s Berry)’로 불리는 아로니아 열매로 즙을 낸 팩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야생화를 재배하던 때에도 연 5억 원 이상 매출이 나와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가공, 유통까지 하는 6차산업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물을 한 방울도 섞지 않은 순수한 아로니아 원액으로만 제품을 만들었다. 상품 연구개발(R&D)과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공장을 찾는 데에만 1년이 걸렸다.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다. 지난해 동아일보 주최로 열린 창농귀농박람회의 ‘농촌창업관’ 코너에 부스를 차렸을 때는 자리를 비우기 어려울 정도로 문의가 쇄도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걱정이 있었다. 판로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 판로 찾아주고 포장 바꿔주고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aT센터에서 열린 창농귀농박람회의 ‘농촌창업관’ 코너에서 이희준 충남 서산시 아로니아영농조합 대표가 아로니아 열매로 만든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동아일보DB그는 지난해 7월 충남도청에서 열린 품평회에 참가했다. 농식품 유통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마련한 자리였다. 갤러리아백화점, 옥션 등 다양한 업체들이 우수한 농식품을 찾기 위해 도청을 찾았다. 이 대표의 아로니아 제품은 이 품평회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한화 갤러리아면세점63에 입점했다. 또 같은 해 9월에는 NS홈쇼핑에 방영돼 35분 동안 63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제품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판로가 없으면 무용지물 아니냐”며 “정부가 홈쇼핑 입점 지원 등 판매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의 6차산업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중점으로 두고 있는 것이 농가나 사업자들의 판로 확보다. 이 대표처럼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팔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부터 농식품부는 전국에 테스트 매장을 운영해 우수한 국산 농식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갤러리아백화점 등 유통업체들과 협업해 마트나 백화점 내에 매장을 내고 제품들을 판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중 16곳은 매출이 좋아 상설매장으로 전환됐다.
농식품부는 또 올해 안테나숍에서 반응이 좋은 제품들을 신라면세점에 있는 6차산업 전용관과 공영 홈쇼핑 등에 입점시켰다. 쑥떡, 쑥차, 냉동쑥 등 쑥을 가공해 제품으로 만들고 있는 거문도해풍쑥영농조합법인은 2014년부터 농식품부의 기획판매전과 NS홈쇼핑에 입점해 매출이 크게 뛰었다. 2013년 6억5600만 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4억6500만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0월 농식품부는 6차산업을 알리고 제품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비욘드팜(Beyond Farm)’이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현재 870개의 6차산업 인증사업자가 이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 스토리 더해 포장 바꿔주고
판로뿐만이 아니다. 농식품부는 제품이 더 잘 팔릴 수 있도록 포장을 바꾸는 등 제품의 고급화도 돕고 있다. 먼저 갤러리아의 상품기획자(MD) 등이 심사하는 품평회에서 농가나 사업자가 품질을 인증받아야 한다. 심사를 통과하면 유통업체 마케팅팀이나 문화창조경제융합센터에서 제품에 담긴 스토리를 발굴하는 작업을 한다. 마지막으로 박스 사이즈 등 포장 단위를 조정하고 전문가들이 트렌드에 맞게 만든 포장으로 제품의 옷을 갈아입힌다. 농가가 우수한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정부와 기업이 디자인 등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팔 곳까지 마련해주는 것이다. 사과로 와인을 만들고 있는 ‘충남 예산사과와인’은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을 받아 올해 초 와인 제품의 포장을 바꿨다.
이 외에도 농식품부는 해외 수출 유망 제품을 선정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중국 진출을 가장 먼저 계획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6월 2일부터 5일까지 시안(西安)에서 관련 홍보관을 운영할 예정이다. 8월에는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에서 수출 상담회와 소비자 체험 행사를 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품질이 좋은 국산 농식품 제품이 정말 많은데 소비자들이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제품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잘 팔릴 수 있도록 기업들과 함께 돕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 농가가 힘을 합한 효과는 농가의 평균 소득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가의 평균 소득은 3721만5000원으로 2014년보다 6.5%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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