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선보인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초대형 세단 ‘EQ900’ 현대자동차 제공
한국기업들은 지금 위기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주력산업인 조선·해운산업 등은 구조조정의 풍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과거 한국경제의 돌파구가 됐던 수출 역시 ‘불황형 흑자’의 함정에 빠져 있다. 이익이 늘어도 결코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압박 속에 원화의 가치마저 지속적으로 상승할 우려가 있어 대외적인 환경도 녹록지 않다.
하지만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저마다 생존전략을 짜면서 활로를 찾고 있다. 과거의 문어발식 경영 대신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하며 신성장 동력을 찾으면서 질적 성장을 통해 내실 다지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캐시카우’ 극대화에 신성장동력도 발굴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질적인 리더로서 기존 사업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도 발굴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캐시카우’인 스마트폰은 올해 하반기(7∼12월)에도 프리미엄 시장과 중저가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면서 포화상태에 있는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전자의 ‘갤럭시 신화’는 지난 1분기(1∼3월)에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 6조6800억 원의 일등 공신은 스마트폰이었다. 2분기에도 스마트폰의 호조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기존 전자 외에 바이오와 전기차 배터리 등 새롭게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신수종 사업도 적극 발굴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안에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상장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바이오제약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의 신수종 사업으로 시작된 바이오산업이 시장에서 직접 가치를 평가받겠다고 자신 있게 나서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5년이면 충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후 품질·스피드·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바이오의약품 생산분야 글로벌 3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SK텔레콤의 홈사물인터넷(IoT) 자체 브랜드 ‘스마트홈’ SK텔레콤 제공‘양적 성장’의 한계를 ‘질적 성장’으로 극복
지난해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질적 성장을 통해 명실상부한 최고급 브랜드를 갖춘 자동차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자동차시장 역시 글로벌 경기침체로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주력시장인 신흥시장의 판매 부진과 함께 중국시장의 경쟁 심화 등으로 수출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전략으로 ‘질적 성장’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 무조건 수출 물량을 늘리는 것을 지양하고 친환경 기술력 확보, 브랜드가치 제고, 고급차시장 안착 등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북미시장에 고급차인 제네시스 G90(국내명 EQ900)과 친환경 모델인 아이오닉, 니로 등을 출시하는 만큼 신차효과를 통해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또 조만간 가동되는 기아차의 멕시코 공장을 통해 북미, 중남미 시장에서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방침이다.
글로벌 경영 확대로 침체 위기 극복
SK그룹은 2년간 최태원 회장의 부재로 대형 인수합병(M&A) 기회를 연이어 놓치는 등 다른 그룹사들보다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최 회장이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적극 그려 나가고 있다.
SK는 올해 글로벌 경영을 확대해 대내외 경기침체 속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룹 주력 업종인 에너지·화학, 반도체 분야는 물론 신사업 영역에서도 세계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 설치한 갤럭시S7 형태의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사이니지 삼성전자 제공 국내 대표적 에너지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과 손잡고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파트너링은 해외 대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한 뒤 기술, 자원, 마케팅 부문에서 협력해 ‘윈윈’하는 전략이다. 2008년 완공해 현재는 하루 9000배럴의 윤활기유를 생산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두마이 제3 윤활기유 공장, 일본 JX에너지와 합작해 지난해 10월 준공한 울산아로마틱스(UAC) 공장, 사우디아라비아 사빅과 공동 투자한 넥슬렌 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성 살리고 프리미엄 제품 개발
지난해 창사 31주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감소를 경험한 SK텔레콤 역시 기존의 통신 사업을 넘어서는 차세대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생활가치·미디어·사물인터넷(IoT)으로 대표되는 ‘3대 차세대 플랫폼’ 전략에 주력한다. SK텔레콤 측은 “올해는 본격적인 플랫폼 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3대 플랫폼 영역에서 중소·벤처기업을 비롯한 분야별 전문 기업들과 적극적인 제휴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실적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LG그룹도 하반기에 프리미엄 제품 위주의 전략을 통해 위기를 넘어설 계획이다. LG전자는 가전 프리미업 통합 브랜드인 ‘LG 시그니처(LG Signature)’를 통해 유럽시장 공략에 매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공급 과잉으로 인한 패널값 폭락 속에서도 순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강화했기 때문으로 향후에도 이 같은 전략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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