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던져라, 아이디어와 친정회사 믿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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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사외벤처 2곳 分社

LG전자가 임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최근 운영하기 시작한 ‘아이디어 발전소’. 사업화까지 5개월의 개발기간과 
1000만 원의 개발비를 지원한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솔티드벤처 조형진 대표가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스마트 슈즈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솔티드벤처 제공
LG전자가 임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최근 운영하기 시작한 ‘아이디어 발전소’. 사업화까지 5개월의 개발기간과 1000만 원의 개발비를 지원한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솔티드벤처 조형진 대표가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스마트 슈즈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솔티드벤처 제공
《 “회사 밖으로 나가 사장님이 되세요.”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2012년부터 임직원들의 창의 아이디어 발굴 조직인 C-Lab(C랩)을 운영해온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도 16일부터 임직원 대상 ‘스핀오프(spinoff·분사 후 창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틀에 박힌 기존 사업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사외벤처를 통한 혁신적인 조직 문화 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임직원들로서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대체 뭘 믿고 회사를 그만두느냐’는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과감히 사표를 던진 용기 있는 개척자들은 나의 ‘아이디어’, 그리고 친정 회사의 든든한 ‘빽’을 믿고 나간다고 말한다. 》

12일부터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공개모금을 진행 중인 스타트업 ‘에이캔버스(Acanvas)’. 이 회사 창업자 중 한 명인 여준희 씨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서 제품 사용자경험(UX)을 담당하던 수석연구원이었다.

여 씨는 2014년 2월 LG전자 사내 프로젝트로 시작한 ‘디지털 갤러리’ 개발이 마무리되자 지난달 사외벤처인 에이캔버스를 세웠다.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관련 특허 및 기술, 창업전문가 컨설팅을 제공하겠다는 LG전자 측 약속에 여 씨를 비롯한 6명은 미국에 사무실을 차렸다. 디지털 갤러리는 명화(名畵) 콘텐츠 플랫폼과 연계해 디지털 액자 하나만으로 여러 가지 미술 작품을 번갈아 가며 즐길 수 있는 제품. 걸고 싶은 그림은 많은데 걸 곳이 부족한 집의 아쉬움을 달래 줄 아이디어 상품에 4일 만에 투자금 4만5000달러가 모였다.

LG전자 측은 “사외벤처로 이동하는 직원들이 3년 내에 언제든 회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안심시켰다”며 “앞으로도 임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5개월의 개발기간과 개발비 1000만 원을 지원하는 ‘아이디어 발전소’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방사선 대신 근적외선으로 류머티즘 관절염을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는 분자영상진단 기기를 개발한 인핏앤컴퍼니도 에이캔버스와 함께 분사했다.

2012년부터 C랩을 운영해 온 삼성전자는 초기에는 ‘구글을 따라 한다’, ‘보여주기 식 사업이다’ 등의 비판도 많았지만 4년 가까이 묵묵히 운영해 온 결과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최초로 C랩 출신 3개 프로젝트를 외부 스타트업으로 분사시켰다.

걸음걸이를 모니터링해 교정을 돕는 스마트 슈즈 솔루션인 ‘아이오핏’을 개발한 솔티드벤처는 올해 3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관심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7월 미국에서 크라우드펀딩을 거쳐 하반기(7∼12월) 정식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형진 대표는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모양새의 도전”이라며 “꼭 좋은 선례가 돼 회사 밖에서도 ‘삼성DNA’를 갖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손가락 등 몸의 일부를 매개체로 활용해 소리를 전달하는 세계 최초 통화 UX ‘팁톡’을 개발한 이놈들연구소는 올해 들어 ‘창업방’과 ‘디티캐피털’ 등 중국 유명 벤처투자기관들로부터 국내 정보기술(IT) 업체 최초로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최현철 대표는 “1년 만에 직원이 3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며 “올해 10∼11월 제품 출시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lg전자#사외벤처#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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