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취업에 ‘1회용 당근’… “900만원 더 준다고 갈지 의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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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여성 일자리 대책]

정부가 27일 발표한 ‘청년·여성 취업 연계 강화 방안’은 일자리 공급자인 기업보다는 수요자인 청년과 여성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동안 정부가 기업에 각종 지원금을 지급했음에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기업들은 정부 지원금을 일자리 늘리기에 사용하기보다는 인건비 절감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투입될 15조 원이 돈값을 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중소기업 취업 지원금, 취업 정보시스템 개선과 같은 미봉책으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 중소기업 취업 시 1200만 원 목돈 형성


정부 대책 중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청년취업내일공제(가칭)를 통한 ‘1200만 원 목돈 만들기’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이 월급이 적어 결혼 준비나 주택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감안한 정책이다.

적용 대상은 정부가 운영하는 중소기업 청년인턴사업을 통해 3개월간의 인턴을 마친 뒤 해당 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청년(만 15세 이상 34세 이하) 근로자다. 인턴 과정 없이 곧바로 중소기업에 취업한 이들은 해당하지 않는다. 근로자 본인이 매월 12만5000원씩 24개월 동안 300만 원을 적립하면 정부가 취업지원금 600만 원을, 기업이 기여금 명목으로 300만 원을 지원한다. 기업 기여금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금(인턴을 정규직으로 채용했을 때 기업에 주는 보조금) 390만 원에서 지급되는 것이어서 사실상 정부가 900만 원 전액을 지원하는 셈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올해 7월부터 1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뒤 내년부터 규모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청년 근로자의 학자금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저소득 근로자나 정부의 취업 성공 패키지에 참여한 미취업 청년의 학자금 대출금의 거치 및 상환 기간을 각각 최대 10년 범위에서 2번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별로 매월 ‘청년 채용의 날’을 개최해 구직자와 기업의 정기적인 만남도 주선한다. 다만 정부는 야당과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청년고용할당제와 청년수당에 대해선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 임신 중에도 육아휴직 허용


이번 대책에는 여성의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는 방안들도 포함됐다. 우선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해 육아휴직을 임신 중에도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고령 산모가 늘면서 육아휴직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를 반영한 조치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기업들의 인력 부족 현상을 막기 위해 대체 인력 채용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지난해 1274명에 그쳤던 대체 인력 채용 지원 규모를 올해 5000명, 내년에는 1만 명까지로 늘리기로 했다.

전일제 근로자가 육아 등으로 인해 일정한 시간만 시간선택제로 일하는 ‘전환형 시간선택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2018년까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 정원의 1% 이상을 전환형 시간선택제로 뽑을 계획이다. 민간 기업에서 전일제 근로자를 시간선택제로 전환할 때 사업주에게 주던 인건비 지원금(현행 월 최대 40만 원)도 높여 줄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4만 명이 일자리를 찾거나 더 나은 일자리로 옮기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무 체험 프로그램과 육아휴직 활성화로 2만∼3만 명이 추가 혜택을 받는 것까지 감안하면 전체 취업 지원 효과는 6만∼7만 명에 달할 것이란 설명이다.


○ 땜질·백화점식 대책으로는 효과 못 봐


이날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년과 여성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1200만 원 목돈 만들기’ 등은 공개 직후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근로자의 ‘직업 이동성’을 높여 주는 시스템 개선책이 아니라 일시적인 지원금을 주는 데 그치고 있어서다. 예컨대 중소기업 비정규직에서 시작해 경험을 쌓은 뒤 정규직, 대기업 등으로 옮길 수 있어야 청년 근로자들의 중소기업 취업이 증가할 수 있지만 이런 대책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생 김모 씨(21)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및 복지 수준 격차, 중소기업 근로자를 얕보는 사회적 인식 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돈 몇 푼 준다고 중소기업을 찾는 이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식으로 정책을 나열하면서 기존 정책을 재탕하는 일도 여전했다. 강소기업을 발굴해 청년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수차례 발표된 내용이다. 앞서 2012년 9월 고용노동부는 ‘제3차 청년고용촉진특별위원회’를 열어 강소기업 1만5000곳을 추려 취업포털 ‘워크넷’에 공개해 청년 취업을 돕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을 통해 청년들이 선호할 만한 기업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정부의 어떤 대책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기업들의 사업 재편을 돕는 노동부문의 구조 개혁도 시급한 과제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빠른 산업 개혁으로 기업들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그때까지 공공부문이 고용을 늘리고 민간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박민우 기자
#중소기업#취업#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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