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봉은사·조계사 재정 공개, 종교계 과세로 이어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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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이 서울 조계사와 봉은사, 인천 강화 보문사, 경북 경산 선본사 등 총무원 관할 직영사찰 4곳의 수입과 지출을 공개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 봉은사의 수입(일반회계)이 210억8700만 원으로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200억4900만 원)보다 많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

조계종이 종단 차원에서 사찰 재정을 최초로 일반에 공개한 것은 불교계가 스스로 다짐했던 개혁의 첫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2012년 일부 승려들이 연루된 백양사 도박사건이 불거지자 조계종은 자성과 쇄신, 종책(계파) 해산 등을 선언했지만 이후에도 ‘금권선거’ ‘종단정치’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작년 초 종단 혁신을 모색하는 초유의 대중공사(大衆公事)가 열렸고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사찰 재정 투명화를 통해 신뢰받는 종단으로 거듭나겠다”며 직영사찰과 특별분담금사찰, 1년 예산이 30억 원 이상인 사찰을 대상으로 7월부터 재정 공개 계획을 밝혔다.

당시의 다짐에 비해 공개 범위가 대폭 축소됐고, 시기도 아홉 달이나 늦춰졌지만 불교계 자정(自淨) 노력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투명한 재정 공개가 개혁의 첫걸음이다. 재정 공개 대상을 모든 사찰로 확대하고 외부 회계 전문가 감사는 물론이고 예산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도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미 2007년부터, 대부분 교회들도 주보에 헌금 명세를 싣고 매년 당회에 결산보고를 하고 있다. 재정의 투명한 공개는 다른 종교로도 확산돼야 할 것이다.

차제에 종교인 과세 유예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세청 자료로 추산한 2014년 종교단체 기부금이 약 8조 원이다. ‘소득 있는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당초 2015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종교인들의 반발로 1년 유예되더니 작년 12월 통과된 법안에선 2018년으로 또 늦춰졌다. 선거를 의식해서라는 뒷말이 파다하다. 지난해 국가부채가 무려 1284조 원이다. 종교계가 스스로 세금 납부를 앞당기는 것도 사회 통합을 돕는 길이다.
#종교#과세#봉은사#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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