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실적 대박 ‘테슬라 모델3’, 예견된 돌풍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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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사진 동아DB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한글은 언제쯤 지원될까요?’, ‘사례는 해드릴 테니 차를 잠깐만 살펴볼 수 있게 해주실 수 있나요?’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차를 소유하고 있는 한 블로거가 쓴 체험기에 달린 댓글 내용입니다. 이 블로거는 2013년 출시된 ‘모델S’의 충전 방법이나 사용기 등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는데, 지난주 미국에서 공개된 보급형 전기차 ‘모델3’가 공개되자 곧바로 예약 ‘인증샷(예약화면 캡처)’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저명인사도 ‘테슬라 열풍’에 가세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찬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 등이 모델3 구매 예약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 대표가 운영하는 스마트카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모델3’ 사전예약이 시작된 1일에만 10여 명의 사람들이 ‘나도 예약했다’고 밝혔는데, 주말이 지나고 4일에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테슬라 모델3’가 1위에 오를 정도로 주말 사이에 세간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해외도 예외는 아닙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4일(한국시간) 트위터를 통해 ‘지난 토요일까지만 27만6000건의 모델3 주문이 들어왔다’고 밝혔습니다. 예약금(1000달러)만 따져도 2억7600만 달러(약 3164억 원)이고 차 가격(최소 3만5000달러)을 곱한 매출액은 96억6000달러로 약 12조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네요. 현재까지 예약분만 따져도 그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인 닛산의 ‘리프’(약 20여만 대)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입니다.

첫 제품 출고가 내년 말이어서 한국에서 제품을 받아보려면 앞으로 2, 3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충전 인프라 확충 여부와 서비스망, 상세 제원 등 많은 것이 불투명한데도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습니다.

‘테슬라 모델3’가 인기를 끈 역시 가장 큰 요인은 가격입니다. 모델S와 모델X 등 테슬라 기존 모델들이 7만~8만 달러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반값 테슬라’라고 불릴만합니다. 게다가 한국 환경부는 “모든 제원이 나오지 않아 확답은 할 수 없지만, 밝혀진 제원만 보면 보조금 지급 대상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가격은 사실상 2000만 원대. 벌써 차 업계에서 ‘테슬라 돌풍’이 예견되는 이유입니다.

‘예정된 충격’은 대략 1년 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5%에 이릅니다. 전기차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국내 업체들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넉넉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과연 2018년쯤 한국과 다른 나라의 도로 풍경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궁금합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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