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 입맛을 ‘롯데의 맛’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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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시장 선점 총력전

4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 롯데제과 본사 대강당. 신동빈 그룹 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의 모든 계열사 대표 등의 임원 150여 명이 이곳에 모였다. 일본의 대표적인 민간 싱크탱크인 노무라종합연구소(NRI)가 올해 세계경제 전망을 이야기하는 자리였지만 세부 사항으로 인도 시장 공략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NRI는 이 자리에서 현지 유망기업의 인수합병(M&A)과 엘리트 인도인 사원 채용을 롯데의 ‘인도 공략책’으로 제시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신 회장이 4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을 지켰다”며 “인도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심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마트, 제과, 호텔 등 소비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롯데그룹이 인도와 파키스탄 등의 범인도권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잇따른 현지 기업 M&A에 이어 복합쇼핑몰 등으로 직접 진출하는 방안도 타진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1990년대 말 과자 등 제품 수출을 시작으로 인도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2004년에는 인도 현지 제과업체인 ‘패리스’를 인수했고 2010년 남인도 첸나이, 지난해 북인도 뉴델리 지역에 초코파이 공장을 만들었다. 현재 롯데는 인도 초코파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도 2010년 현지 2위 제과업체인 ‘콜손’을 인수했고 지금은 펩시의 파키스탄 보틀링 기업인 ‘라호르 펩시코’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적극적으로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데는 신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회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인도 시장 진출을 요구하며 “인도는 젊은 인구가 많아 우리가 반드시 진출해야만 하는 곳”이라며 “다른 회사가 나서기 전에 먼저 진출해 인도인의 입맛을 ‘롯데의 맛’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과 분야가 롯데그룹의 인도 진출 ‘선봉’에 선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인도(약 12억3600만 명)와 파키스탄(약 1억9600만 명), 방글라데시(약 1억6600만 명) 등 범인도권을 합치면 인구가 16억 명에 달한다. 이는 중국의 공식 인구(약 13억5000만 명)보다 많다. 여기에 파키스탄은 전체 인구 중 14세 이하 비중이 37%에 달한다. 큰 시장 규모 외에도 젊은층이 많은 만큼 조기 진출이 해법이라는 공감대가 그룹 내에 형성된 것이다.

롯데그룹은 향후 그룹의 ‘본업’인 유통 분야에서도 인도권 직접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3차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났다. 신 회장은 지난해 8월 모디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는 한국에서 기차역 개발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며 뉴델리 등의 복합역사(驛舍)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재 철도시설공단, 한국철도공사와 함께 민관 합동으로 인도 뉴델리의 복합역사 개발 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중”이라며 “앞으로도 그룹 각 계열사가 범인도권 진출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롯데#인도#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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