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증시 반짝 삼바춤… 섣부른 투자는 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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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회복에 해외투자금 몰려… 최근 1개월새 주가 26% 상승
호세프정권 교체 기대감도 한몫
기초체력 약해… 투자위험 커

브라질 증시가 최근 한 달 새 26.1% 오르며 ‘삼바춤’을 추기 시작했다. 저유가와 정치 불안 등으로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었던 브라질 경제가 회생 기미를 보이자 브라질 채권 등에 돈을 넣고 조마조마하던 투자자들도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경제전문가들은 석유 등 원자재 시장의 회복세와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외 자금이 브라질 증시와 외환시장에 흘러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브라질 경제의 기초체력이 여전히 허약한 만큼 무리한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 브라질 주식형 펀드 1개월 수익률 19.1%


13일 KDB대우증권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1개월 사이 브라질 증시는 26.1% 올라 주요 신흥국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러시아 증시(24.3%)만 비슷하게 올랐다. 터키(11.4%), 인도(7.3%), 한국(6%), 중국(1.7%)에 비해 브라질 증시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증시가 살아나면서 브라질 주식형펀드의 수익률도 해외펀드 중 가장 높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일 현재 브라질 주식형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9.1%로 러시아(10%), 인도(1.5%), 중국(―1.9%)을 크게 앞질렀다.

해외 자금이 흘러들어오고 유가가 오르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도 크게 올랐다. 11일 달러당 헤알화 환율은 연초 대비 11.2% 하락한(헤알화 가치는 상승) 3.59헤알에 거래됐다. 헤알화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10일 브라질 정부가 발행한 달러 표시 국채 15억 달러(약 1조7850억 원)어치가 모두 팔려나갔다.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투자한 브라질 국채 수익률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브라질 국채 판매 잔액은 5조8000억 원 정도다. 16%대까지 올랐던 브라질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14% 수준으로 떨어졌고 280원 수준으로 떨어졌던 원-헤알화 환율은 330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 “유가 회복이 숨통 틔워”

전문가들은 유가 회복세가 브라질 경제의 숨통을 틔웠다고 분석한다. 올해 2월 11일 배럴당 26.21달러까지 떨어졌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1일(현지 시간) 배럴당 38.5달러에 거래돼 한 달간 46.9% 올랐다. 박승진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안정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완화시키며 브라질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자금 유입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경제를 파탄 낸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정권이 교체될 것이란 전망도 브라질 투자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과 함께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호세프 대통령은 야당의 탄핵 압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 경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된다는 신호가 없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브라질 투자를 늘리는 건 투기나 다름없다”는 경계감도 만만치 않다. 브라질 경제는 지난해(―3%)에 이어 올해도 ―3.5%의 역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 상승세가 꺾이면 해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최진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모두 브라질을 투자 부적격 국가로 보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투자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브라질#브라질증시#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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