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살때 초기부담 커져… 거래 줄어들고 전세난 심화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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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대책’ 부동산 시장 영향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 세부대책을 14일 내놓으면서 내년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은 내년 2월, 비수도권은 내년 5월부터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깐깐히 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주택담보대출 최장 거치기간이 현행 3년에서 1년 이내로 줄고 일부 대출의 경우 거치 기간 없이 곧바로 원리금을 분할 상환해야 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내년 상반기(1∼6월)에 집을 살 때 초기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 부담이 커져 주택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이 주춤했다가 하반기에 회복세를 보이는 ‘상저하고’의 경향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돼 국내 대출금리가 따라 오르기 시작하면 시장의 침체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 “초기 자금 부담 증가로 주택거래 감소”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이번에 내놓은 가이드라인에서 ‘집을 사면서 신규로 대출을 받을 때 거치 기간을 1년 이내로 제한한다’는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부터 수억 원의 목돈을 손에 쥐고 있지 않는 한 주택 구입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갚는 3년의 거치 기간 동안 여유를 갖고 살고 있던 집을 팔거나 금융 자산을 처분해 대출금 상환을 준비할 수 있었다. 여기에다 미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까지 늘어나기 시작하면 부동산 시장의 거래심리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11월 이후 주택 거래량 증가세와 가격 오름세가 꺾이며 부동산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부산, 대구 등 최근 분양 열기가 뜨거웠던 지방의 경우 투자 심리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주택담보인정비율(LTV)만 적용받던 비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내년 5월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따른 원리금 분할상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추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방 대출 수요자의 소득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것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 소득증빙 요건이 까다로워 기존 주택을 사들이려는 수요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주택 매매가격의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지역에서 과열됐던 분양시장이 진정되면서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선 매매를 원하는 수요자들이 꾸준히 나오기 때문에 매매가가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세난 심화 우려 커질 듯

이번 대책으로 전·월세난이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무주택자들이 임차인으로 머물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시장 위축으로 주택 공급이 제한되면 전셋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재건축 재개발 이주 수요가 늘어나는데 이번 정책으로 집 사기가 어려워지면 전·월세난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이번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이날 “가계부채 관리가 급격하게 이뤄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게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향후 집값 움직임에 대해서도 “내년 1분기(1∼3월)까지 큰 급등락은 없을 것”이라며 “건설업체들이 거시경제나 가계부채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공급을) 조절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어 시장에서 자연스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조은아 기자
#가계부채#부동산#전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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