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줄고 中 물량공세… ‘수출효자’ 디스플레이의 시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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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가격 2015년들어 평균 17% 하락
中 대규모 공장 가동 직격탄 맞아 기업들 신규투자 여부 놓고 고심

한국의 대표 수출품목인 디스플레이 산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데다 중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대응 여부를 결정해야 할 ‘데드라인’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기업의 주 수익원인 액정표시장치(LCD)의 가격 하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6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9월 TV용 LCD 평균 판매 단가는 178달러(약 20만8620원)를 기록해 지난해 12월 평균인 214달러에 비해 17% 하락했다. 2010년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모니터용 LCD 평균 가격도 같은 기간 75달러에서 67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발(發) 공급과잉이다. 중국 1위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인 BOE(징둥팡·京東方)는 최근 월 15만 장 생산 규모의 충칭(重慶) 공장을 가동시키면서 LCD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가격 하락세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치명적이다. LG디스플레이의 올 3분기(7∼9월) 영업이익은 3500억 원대로 지난해에 비해 24%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같은 기간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판매 확대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TV용 패널 부문에선 LG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BOE가 올 12월 한국 기업들보다 한발 앞서 대형 기판 공정 착공에 들어가면서 국내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BOE가 허페이(合肥)에 총 400억 위안(약 7조2000억 원)을 들여 짓는 공장은 10.5세대 공정이 적용된다. 세대는 디스플레이 패널 제작에 쓰이는 기판의 크기를 분류한 것으로 세대가 클수록 기판 사이즈가 크다는 의미다. 10.5세대는 3370×2940mm 크기의 기판을 사용한 공정이다. 삼성과 LG는 현재 8세대(2500×2200mm)에 머물러 있다.

기판이 크면 대형 TV 패널을 여러 장 더 뽑아낼 수 있고, 버리는 기판 면적은 적어져 원가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60인치 TV 패널은 8세대 기판에서는 3장만 뽑아낼 수 있지만 10.5세대에서는 8장이 나온다. 문제는 막대한 설비투자 금액으로, 공장을 지어놨다가 수요가 줄면 더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BOE는 전체 투자금액 중 10%인 40억 위안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투자 효율성에 대한 압박으로부터 자유롭다.

이런 중국의 움직임에 국내 기업들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8세대 공정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여기에는 ‘중국이 실제로 투자에 나설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한몫했다. 하지만 BOE가 투자 계획을 확정하자 태도가 바뀌고 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존 설비를 보완할지 10세대 신규 투자에 나설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BOE의 10.5세대 공장이 가동되려면 아직 3년이 남았다. 하지만 통상 대형 디스플레이 라인을 구축하는 데 2년 이상이 걸린다. 국내 업체들이 고심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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