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만에 다시 무너진 2000

  • 동아일보

코스피 16.52P 빠지며 와르르… 中위안화 절하 등 악재 쏟아져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에 따른 ‘중국발(發) 환율전쟁’ 우려가 세계 증시를 강타했다. 코스피는 5개월 만에 1,980 선까지 무너졌다.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 미국의 금리 인상 불확실성에 중국발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1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6.52포인트(0.82%) 내린 1,986.65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0 선이 무너진 것은 3월 16일(1,987.33)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전날 장중 한때 2,000 선이 붕괴됐던 코스피는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누그러지면서 이날 오전 2,020 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중국이 기습적으로 위안화 절하에 나서자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단숨에 1,980 선으로 미끄러졌다. 장 초반 750 선을 웃돌며 순항하던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1.89% 내린 732.26에 마쳤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위안화 절하에 대해 중국이 경기부양에 나선다는 긍정적 해석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더 우세해 증시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일본(―0.42%) 대만(―0.86%)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한 국내 118개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22조6000억 원으로 증권사 예상치를 11.7% 밑도는 상황이다. 최근 증시 하락세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던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이 3분기(7∼9월)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위안화 약세로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 강세 여파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서 글로벌 자금의 이탈이 지속되는 가운데 위안화 약세가 이 같은 자금 이탈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위안화 추가 약세가 예상되며 신흥국 통화도 동반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이탈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내외 악재를 극복할 뚜렷한 동력이 없어 국내 증시의 조정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기현 센터장은 “국내 경기지표 개선 등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코스피가 2,000 선을 오르내리며 조정장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다만 국내 증시에 대한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워낙 떨어진 상황이라 추가적인 급락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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