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자신감 얻은 영국, EU탈퇴? ‘브렉시트’ 위기감 고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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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 시간) 실시된 영국 총선은 초 박빙의 접전일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현 집권당인 보수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영국과 유럽의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독립당 열풍으로 민족주의 감정이 고조되면서 스코틀랜드 독립 재추진 이슈와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2013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할 경우 2017년 이전까지 국민투표를 통해 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과거에도 영국은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뒤늦게 합류(1973년)하고서 불과 2년 뒤인 1975년 EEC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 잔류를 선택했던 경험이 있다. 유럽 대륙에서 떨어진 섬나라임에도 과거 세계를 제패했던 대영제국의 자존심과 영국 특유의 실용성, 유연성 등을 바탕으로 자국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외로운 카드게임을 하는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영국 경제는 가장 빠른 경기회복 속도를 나타내며 디플레이션 고민에 빠진 다른 유럽 선진국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2.8%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고 실업률도 최근 5.6%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1~3월)에는 회복세가 다소 더디긴 했지만 이런 경제성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브렉시트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최근 시장에서는 유동성 위기로 협상중인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그렉시트가 실현된다고 해도 오랜 기간의 학습효과와 리스크 관리로 시장충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는 오히려 브렉시트에 의한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유럽의 연구기관들은 각종 보고서를 통해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4% 수준인 연간 560억 파운드 규모의 경제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EU 탈퇴 후에도 유럽 국가들과의 원활한 무역거래를 위해 더 많은 정치적 희생이 동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 입장에서도 부정적인 견해가 압도적이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이자 다국적 기업의 전략 요충지인 영국 런던이 멀지 않은 미래에 높은 관세와 각종 규제 장벽, 저임금 인력 부족 등으로 고비용 구조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직후 캐머런 총리는 곧바로 내각을 재정비 하고 대(對)EU 협상대표로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을 선임해 EU 협약 개정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EU도 영국의 탈퇴는 결속력이 깨지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동안 독일, 프랑스가 주도해 온 EU 체제에서 영국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공동번영의 길로 갈지, 아니면 영국만의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될지는 이제부터 영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고영완 삼성증권 런던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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