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오너 지배력 강화 - 증손회사 처리 ‘두 토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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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정석기업 투자부문 합병… 한진그룹 재무구조 개선도 탄력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중인 한진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핵심 작업을 마무리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다음 수순으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올해 안에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졸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진그룹은 23일 이사회를 열어 정석기업을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누고 이 중 투자부문을 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합병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한진그룹은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 일부 기업의 부실이 그룹 전체로 퍼지는 것을 막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해왔다.

현재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한진칼(지주회사)-정석기업(자회사)-㈜한진(손자회사)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한진의 고민은 지주회사 전환일 이후 2년이 되는 올해 7월 31일까지 한진인천북항운영과 부산글로벌물류센터 등 ㈜한진이 100%의 지분을 갖지 않은 증손회사를 처리하는 문제였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한진을 자회사로 만들고 기존의 증손회사를 손자회사로 끌어올려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한진의 지분 21.6%을 가진 정석기업의 투자부문을 한진칼과 합쳐 한진칼이 ㈜한진을 직접 지배하도록 지배구조를 바꿔 가능해졌다. 결국 지배구조가 한진칼이 정석기업의 사업부문과 ㈜한진을 동시에 지배하는 형태로 바뀐다. 이로써 ㈜한진 산하의 9개 회사는 손자회사가 되면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에 앞서 한진그룹은 지난해 12월 ㈜한진이 가지고 있던 한진칼 지분 5.33%를 매각하면서 한진칼-정석기업-㈜한진-한진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완전한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아직 과제도 남아 있다. ㈜한진이 자회사로 올라서면서 자회사 간 지분 보유를 금지한 법 조항에 맞춰 ㈜한진이 가진 대한항공 지분 7.95%를 매각해야 한다. 대한항공도 ㈜한진과 같은 자회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향후 ㈜한진이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이 지분에 대한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으로 조양호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커지게 됐다. 한진칼에 대한 조양호 회장의 지분은 기존 15.6%에서 17.8%로 높아졌다. 조현아 원태 현민 세 자녀를 포함한 일가의 지분을 다 합치면 기존 23.1%에서 25.3%가 된다.

지주사 체제 전환에 이어 한진그룹에 남은 과제는 재무구조 개선이다. 한진그룹은 2009년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재무구조 개선 약정에 의해 한진그룹은 2013년 12월 총 5조 원에 달하는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올해 들어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집중했다.

자회사였던 한진에너지(현재는 해산)가 가지고 있던 에쓰오일 지분 2조 원어치를 1월 매각했고, 이어 노후 항공기 44대를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5000억 원의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은 총 약 3조5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부채비율을 기존 800%대에서 600%대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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