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때도 성과급” 구본무의 모성보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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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육아도 업무만큼 중요”… LG전자, 2014년 평균등급 부여
휴직 불이익 없애 호응 높아… 다른 계열사로 확대하기로

“출산과 육아도 업무만큼 중요하다.”

지난해 아기를 낳고 키우느라 휴직을 했던 LG전자 여성 직원들이 같은 기간 근무한 동료들 못지않은 업적고과 평가 결과를 받고 성과급을 챙겼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의 ‘특별 지시’ 때문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 임직원 중 지난해 출산 및 육아휴직을 냈던 여성 직원들은 업적평가에서 공통적으로 ‘B등급’을 받았다. LG그룹 계열사에서는 업적평과 결과를 S등급과 A, B, C, D 등 총 5개 등급으로 부여한다. B등급은 전체 평가 대상자 가운데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평균에 가까운 등급이다.

출산과 육아 때문에 업무에 참여하지 않았던 임직원들에게 같은 기간 일을 했던 동료들만큼 회사에 대한 공로를 세운 것으로 본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말 일괄 지급된 2014년도 평가 결과에 따른 개인 인센티브도 같은 업적평가 등급을 받은 동료와 똑같이 챙겼다.

이번 조치는 여성 인재를 중시하는 구 회장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출산과 육아를 회사 업무와 동등한 가치로 인정하라”고 지시해 그룹 맏형 격인 LG전자에서 가장 먼저 이런 평가지침을 새롭게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인재들이 경력 단절이나 낮은 평가를 받을 것을 우려해 출산과 육아를 꺼리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LG전자 내부에서는 “직원들이 휴직 기간에 마음 놓고 출산과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회사 일각에서는 “열심히 일한 직원이 휴가를 냈던 동료보다 못한 C등급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불평도 나온다.

LG그룹 관계자는 “그룹 전체 인사 시스템을 한꺼번에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아 LG전자에 가장 먼저 적용한 것”이라며 “성과를 확인한 후 다른 계열사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의 가족친화적 경영은 재계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13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LG트윈타워에 어린이집을 개원할 당시 직원들의 수요가 예상 외로 높은 것을 보고 원래 계획보다 더 크게 만들 것을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또 올해 2월 LG그룹이 지원해 충북 청주시에 문을 연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경력 단절 여성의 경제활동 재개를 지원하기 위한 ‘액티브 우먼 비즈니스 센터’를 운영한다. LG복지재단을 통해 서울 금천구와 파주 구미 오산 여수 청주 등 6개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친환경 어린이집을 기증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의 여성 인재 지원 전략이 국가 전체적으로 여성 인재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매출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도 관리자가 임신부에게 하위 고과를 부여하면 인사팀에 사유서를 제출토록 하는 등 ‘모성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육아휴직#성과급#구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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