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권력의 쇠퇴와 혼란… 그래도 역사는 진보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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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박식하고 정치적으로 세련된 사람들도 내 집무실에 와서는 내가 실제로 가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권력을 보유 했다고 생각하고는 그에 합당한 큰일들을 하라고 요구해요. 그때마다 나는 속으로 오늘날 누가 대통령이든 그 권력이 얼마나 제한되어 있는지 그들이 알기나 하고 하는 말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권력의 종말(모이제스 나임·책읽는수요일·2015년) 》

초등학생 때는 4학년이 될 때까지 매년 ‘대통령’을 장래희망으로 적어 냈다. 나뿐만 아니라 같은 반 아이들 가운데 태반은 대통령을 꿈꿨다. 어른들이 대통령을 두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했으니까. 어린 마음에 대통령이 되면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권력은 어린아이도 매혹시킨다. 정치학자 로버트 달에 따르면 권력은 누군가가 평소 같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게 만드는 능력을 말한다. 권력욕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모이제스 나임은 그런 권력이 쇠퇴하고 있다고 말한다. 36세에 베네수엘라 무역산업부 장관을 맡았던 그는 누구보다 권력과 가까웠다. 나임은 세계 지도자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실제 휘두를 수 있는 힘이 사람들의 기대치보다 훨씬 약하다는 걸 깨달았다. 또 이런 양상은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금융, 사상 권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오늘날 대통령의 권력은 확실히 위태로워 보인다.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도 정권 초반에 실체 없는 광우병과 씨름하느라 힘이 빠졌다. ‘성완종 사태’라는 핵폭탄을 맞은 현 정부는 출범한 지 2년 2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나임은 대통령의 권력이 쇠퇴한 틈을 ‘미시권력’이 대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거대정당을 밀어내고 소수정당이, 제왕적 대통령을 밀어내고 민주화세력이 권력을 장악하는 사례가 세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사회발전 과정상 당연한 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의 의사결정 과정이 너무 길어질 수 있고 사회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부작용도 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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