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새 금감원장의 ‘각본 기자회견’ 게다가 민감한 질문들은 “사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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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충현·경제부
송충현·경제부
“기자간담회에서 인사, 조직, 예산 관련 질문은 사절입니다.”

10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의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6일 오후 금감원 관계자에게서 이런 전화가 걸려 왔다. 이 관계자는 진 원장에게 할 질문을 미리 알려 달라며 대뜸 이렇게 말했다.

‘군사독재 시절도 아닌데 기자회견 질문을 사전 검열하나’ 하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여러 정부 부처를 출입했지만 한 번도 겪은 적이 없는 일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이 관계자는 “인사나 조직 개편 문제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항이어서 원장이 답변할 게 없을 것이다. 어차피 답변 안 하실 거니까 질문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사실 진 원장과의 간담회에서 기자들이 가장 궁금한 건 인사와 조직 개편 문제였다. 지난해 11월 19일 진 원장이 취임한 뒤 84일이 지났지만 아직 임원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현재 6개 부원장보 자리가 비어 있는데 후속 인사가 감감무소식이다. 금감원은 청와대의 검증이 마무리되지 않아 인사가 보류된 상태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아무리 그렇다 한들 한 조직의 수장이 자신이 결정한 인사와 조직 개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막상 열린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진 원장의 모두 발언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10여 분간의 발언에서 ‘새로운 금감원을 만들겠다’, ‘종합검사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등 선언적인 얘기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지 알기 어려웠다.

예상대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진 원장은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금감원의 요청에도 일부 기자들이 인사와 조직 개편, 예산 등에 대해 질문했지만 진 원장은 “전문성 위주의 인사 시스템을 갖추겠다”, “필요한 조직 기능은 보강하겠다” 식의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금감원 측은 질문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중간에서 자르기도 했다.

‘불통’ 논란을 의식한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부터 기자들의 질문을 사전에 받아 보지 않는 ‘즉석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감원과 진 원장이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송충현·경제부 balgun@donga.com
#금융감독원#금융감독원장 기자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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