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는 지난달 4일 3세대 뉴 미니의 실용성을 강화한 ‘뉴 미니 5도어’를 공개하고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당시 정부 표준 연비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제원표의 연비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공차중량 등은 모두 공란이었다.
그리고 1개월여가 지나 정부의 공인 연비가 발표됐다. 모두 6개의 라인업 가운데 쿠퍼, 쿠퍼S, 쿠퍼SD 등 세 모델의 연비가 먼저 공개됐다.
이들 중 쿠퍼 SD 5도어의 경우 복합 17.6km/ℓ, 도심 16.5km/ℓ, 고속 19.1km/ℓ로 1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에너지관리공단에 기재된 쿠퍼 SD 5도어의 제원표를 살펴보면 실제 판매 중인 모델과 타이어 규격이 다르다.
BMW코리아에서 제공한 쿠퍼 SD 5도어의 타이어 규격은 205/45R17로 라인업 중 가장 크다. 하지만 에너지관리공단에 올라온 제원표에는 이보다 작은 195/55R16가 올라와 있다. 이 타이어는 하위 트림인 쿠퍼D 5도어 하이트림(High Trim) 용이다. 결과적으로 쿠퍼 SD 5도어는 실제 판매하는 모델보다 작은 타이어를 장착하고 연비 측정을 받은 것이다.
통상적으로 휠이 1인치 줄때마다 연비는 약 2% 가량 올라간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이번 공개된 쿠퍼 SD 5도어는 실제 판매 모델보다 높게 정부 공인 연비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에너지관리공단 캡쳐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자동차 실 주행 여건을 반영한 새로운 연비표시법과 측정법을 사용하고 있다. 기존 주행축적거리 160km이내에서 이뤄지던 측정방법을 3000km까지 늘리고 시내, 고속도로, 고속 및 급가속, 에어컨 가동, 외부저온조건 등 다섯 가지 실제 주행 여건을 적용한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이 보다 높은 연비를 받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는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5일 유럽의 환경 분야 NGO(비정부기구)인 T&E는 자동차업체들이 연비 측정과정에서 다양한 ‘꼼수’를 발휘해 연비를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 왔다고 주장했다. T&E에 따르면 제조사들은 공기 저항계수를 낮추기 위해 구름저항이 낮은 타이어를 장착하거나, 차체 무게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연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산자부와 국토부의 싼타페 연비 조사 때부터 연비 측정법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현재의 공인연비는 제조사가 차량의 연비를 측정해 에너지관리공단에 신고를 하는 자가 인증 방식이라 차량 무게 줄이기, 타이어 바꾸기, 길들이기 등의 꼼수를 쓸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 관계자는 “타이어의 경우 제품 이미지나 고객취향에 맞춰 법적인 테두리와 연비 허용 오차인 5% 이내에서 최적화된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다”며 “미니 5도어 쿠퍼 SD 역시 본사 표준인 16인치로 테스트했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17인치를 장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타이어 크기와 연비 측정에 관한 부분은 제조사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온 방식이며, 미니는 오히려 연비와 관련해 보수적으로 측정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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