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 ‘복고풍’ 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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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공급하는 ‘당산역 롯데캐슬 프레스티지’ 아파트의 주방 옆 발코니. 다용도 창고로 쓸 수 있도록 발코니 크기를 넓혔다. 롯데건설 제공
롯데건설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공급하는 ‘당산역 롯데캐슬 프레스티지’ 아파트의 주방 옆 발코니. 다용도 창고로 쓸 수 있도록 발코니 크기를 넓혔다. 롯데건설 제공
신규분양 아파트에 ‘복고(復古)’ 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아파트의 디자인이 중시되면서 우후죽순 도입됐던 탑상형 아파트의 인기가 최근 시들해지면서 성냥갑 형태의 판상형 아파트가 다시 늘고 있다. 또 아파트의 베란다 전체를 없애기보다는 일부를 남겨두는 것을 선호하는 주부들이 늘면서 베란다도 다시 각광받고 있다.

충남 천안시 ‘백석3차 아이파크’
충남 천안시 ‘백석3차 아이파크’
○ 실용성 중시 풍조 따라 판상형 다시 늘어

흔히 ‘성냥갑 아파트’라고 불리던 판상형 아파트는 2000년대 이전까지는 아파트 단지를 상징하는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외관을 중시하는 주상복합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외곽을 둥글게 처리한 아파트들이 나왔다. 이 때문에 아파트 일부는 판상형, 일부는 탑상형인 아파트들이 대거 시장을 차지했다.

탑상형 아파트들은 한 개 층에 3, 4채의 가구를 둥글게 배치하는 방식이라 거실과 마주보는 쪽 벽면이 막혀 통풍이 잘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외관 형태에 따라 때로 북향인 아파트도 만들어지기도 했다. 반면 판상형 아파트는 거실과 마주보는 벽면에 창이 나 있어 맞통풍이 잘되고 채광과 조도가 높다.

판상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많지만 2000년대 들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일부 소비자들은 디자인이 좋다며 탑상형 아파트를 선택하기도 했다. 최근 실용성을 중시하는 아파트 소비자들이 늘면서 탑상형 아파트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판상형 비중을 높인 아파트가 다시 늘고 있다. 실제로 삼성물산이 10월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 분양한 ‘래미안 장전’에서 판상형인 59m²A형과 84m²A형이 탑상형보다 청약률이 높았다.

이렇다 보니 판상형 아파트가 대거 신규 분양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 용인시 기흥구 서천택지개발지구에 분양 중인 ‘힐스테이트 서천’은 전용면적 84∼97m² 754채 모두 판상형 구조로 설계됐다. 현대산업개발이 이달 충남 천안시 백석지구에 분양할 예정인 ‘백석3차 아이파크’도 805채 중 85.5%인 688채가 판상형으로 지어진다.

현대엔지니어링 상품기획팀 관계자는 “한 번 탑상형에 살아본 소비자들도 다시 판상형으로 돌아서는 추세고 무엇보다 채광과 통풍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판상형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런 수요를 고려해 힐스테이트 서천 전체를 판상형으로 구성했고 통풍이 가장 잘 되는 4베이(거실과 방들을 모두 전면부에 배치) 설계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 주부들, 대형발코니에 큰 호응

집안을 넓게 쓰기 위해 발코니 전체를 확장하던 추세도 바뀌고 있다. 발코니가 확장된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실내온도가 낮은 데다 빨래를 널거나 자질구레한 물품을 보관할 장을 짜 넣을 공간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일부 발코니를 남겨두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롯데건설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일대에 분양 중인 ‘당산역 롯데캐슬 프레스티지’는 전용면적 84m²A∼C타입에 약 10m² 크기의 주방 발코니를 적용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주방 발코니는 빨래를 널 수도 있고 부피가 큰 물건을 보관할 수도 있는 공간”이라며 “기존에는 대피공간이나 세탁기를 두는 용도로만 사용되던 주방 발코니에 다용도 창고기능을 추가하려고 좀 더 크게 설계했더니 주부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이 올해 4월 서울 양천구 신정동 일대에 선보인 ‘목동 힐스테이트’도 물건을 보관하거나 화초를 키울 수 있도록 안방 앞 발코니는 확장하지 않도록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안방 발코니를 거실 발코니와 함께 모두 확장하는 것이 수년 전 트렌드였다면 지금은 안방 발코니는 남기는 게 추세가 됐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아파트 분양#복고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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