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시장 수준땐 “OK”
정부의 인센티브 규모에 주목… 선별적으로 임대사업 진출할 듯
브랜드 이원화 가능성
대형건설사들 이미지 타격 우려… 기존 브랜드 그대로 사용 안할수도
정부가 임대주택시장에 대형 건설사를 끌어들이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유명 브랜드의 순수 민간임대 아파트가 실제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정부의 지원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하며 사업성 검토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같은 대형 건설사가 임대아파트를 지어 직접 임대한 사례는 없다. 그간 임대시장이 전세 위주로 형성되다 보니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직장인이나 대학생 등이 많은 일부 지역에 오피스텔을 짓는 게 아니라면 임대수익이 분양수익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 굳이 나설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민간사업자가 공공임대아파트를 지을 때 국민주택기금을 저리(연 2.7∼3.3%)로 빌릴 수 있는 혜택이 있지만 대형 건설사가 자체 조달하는 금리와 큰 차이가 없어 실익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자체 조달 금리와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굳이 까다롭고 규제가 많은 기금을 빌려 이익이 남지 않는 임대사업을 진행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기업형 민간 임대 활성화 방안을 주문하면서 “시장 이익 수준의 수익 보장”을 언급한 데는 이 같은 고민이 녹아 있다. 전·월세난을 해소하려면 결국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수익성이 담보가 되지 않는다면 대형 건설사들을 끌어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정부의 방안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시장에서 임대료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형성돼야 하는데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로 나올 것인지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책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임대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임대사업 진출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오랫동안 자금이 묶이는 만큼 재무적으로 타당한지, 장기적으로 미래 먹을거리가 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토지매입비에 대해 파격적인 지원이 이뤄져야한다고 보고 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임대아파트는 관리비용 때문에 땅값이 일반 공동주택용지보다 30% 이상 저렴하지 않으면 사업에 뛰어들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임대 물량이 생기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하는 식으로 사업 리스크를 보완하는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적극적으로 임대주택사업 참여를 검토하는 건설사도 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정부의 인센티브가 구체적으로 나와야 알겠지만 임대주택사업의 수익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전·월세 시장이 워낙 안 좋기 때문에 임대료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민간 건설사들의 참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수익을 내려면 수요가 많은 대도시 내 도심이 좋을 텐데 이런 지역에선 땅값이 건설비용의 70%까지 차지한다”며 “결국 지자체 소유 땅을 장기 렌트해주는 방안 등을 통해 땅을 얼마나 저렴하게 지원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미지 타격을 우려해 임대아파트에 ‘래미안’ ‘자이’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등 고급 아파트 브랜드를 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지도가 높은 대형사일수록 분양시장에서 이미지 손상을 고려해 분양용과 임대용 브랜드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브랜드 임대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임대주택 입주를 희망하는 직장인 이모 씨(34·서울 강남구 세곡동)는 “임대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적지 않은 만큼 민간 유명 건설사가 임대아파트를 내놓는다면 들어가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한 자산가가 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인 아이앤콘스에 시공을 의뢰해 ‘아이파크’ 브랜드를 단 순수 임대아파트인 ‘신도림 아이파크’가 1, 2일 청약을 진행하면서 ‘브랜드 임대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평가를 가늠할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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