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으로 관료 출신들이 움츠러든 사이 정치권 출신 낙하산 인사들이 금융회사 요직을 꿰차고 있다. 처우가 좋으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감사나 사외이사가 주요 대상이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공기업뿐 아니라 정부나 공공기관이 지분을 가진 민간 금융회사에까지 정치권 출신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잇따른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감사 자리에 금융 관련 경험이나 전문성이 없는 ‘정피아(정치권+마피아)’가 임명되면서 금융회사 내부통제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은 10일 친박연대 출신의 정수경 변호사를 상임감사에 임명했다.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정 감사는 은행이나 감사 관련 업무 경력이 없다. 특히 전임 감사의 임기가 연말까지 남은 상황에서 새로운 감사가 임명돼 정피아 논란이 커졌다. 앞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증권은 3월 새누리당 논산-계룡-금산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지내고 2012년 총선에 출마했던 이창원 씨를 감사에 앉혔다.
금융공기업에 입성하는 정피아는 더 많다. 수출입은행은 9월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의 공명재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를 감사로 임명했다. 한국거래소는 7월 2007년 대선 때 새누리당 경남선대위 정책본부장을 지낸 권영상 변호사를 감사로 선임했다. 5월 임명된 조동회 서울보증보험 감사는 2007, 2012년 대선에서 각각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1월에 줄줄이 선임된 문제풍 예금보험공사 감사, 정송학 자산관리공사 감사, 박대해 기술보증기금 감사도 모두 새누리당 정치인 출신이다. 예보는 또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 후원회의 회계책임자 출신인 최성수 씨를 사외이사로 앉혔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과 계열사 IBK캐피탈, IBK저축은행 등에도 지난해부터 여당 측 정치권 인사들이 감사와 사외이사 자리를 대거 차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 내부통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전문성이 낮은 정치권 출신이 감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정치권 낙하산을 금융당국이 엄중히 제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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