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기아차, 올 뉴 쏘렌토 “낯설지 않은 익숙함”

  • 동아경제
  • 입력 2014년 9월 19일 1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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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세대 이후 전 세계 시장에서 209만대나 팔리며 명실상부 기아자동차를 대표하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자리한 쏘렌토가 3세대 모델 ‘올 뉴 쏘렌토’를 출시했다. 2009년 선보인 2세대 쏘렌토R에 이어 5년 4개월 만이다.

기아차는 신차를 출시하며 올해 국내에서 월 평균 5000대, 내년 국내 5만대, 해외 22만대 등 연간 27만대의 판매 목표를 설정했다. 지난달 하순 판매에 돌입한 뒤 20일 만에 사전 계약대수 1만300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니 비교적 성공적인 초기 반응이란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지난 17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을 출발해 올림픽대로와 서울춘천고속도로를 거쳐 춘천에 위치한 라데나 골프장을 왕복하는 160km 구간을 약 2시간동안 달리며 신차의 상품성을 알아봤다. 시승차는 2.2 노블레스 스페셜 2WD 7인승 모델이다.
출발에 앞서 신차의 외관을 꼼꼼히 살폈다. 전면은 기아차 고유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날렵한 모습의 전조등과 입체감이 강조된 보닛 라인으로 역동성을 강조했다. 특히 전조등과 라디에이터 그릴이 하나로 연결된 듯 한 디자인은 신형 3시리즈 이후 자리한 BMW의 ‘키드니 그릴(Kidney Grille)’을 연상시키며 전면 디자인의 특징으로 자리한 모습이다.

측면은 이전에 비해 더 날카롭게 각을 세운 D필러 라인으로 날렵함을 강조했다. 후면은 ‘ㅡ’자 형태의 후미등 디자인과 과하지 않은 범퍼 디자인을 채택했다. 전반적으로 올 뉴 쏘렌토의 디자인은 앞서 출시된 신형 카니발과 유사하게 차량의 역동성을 강조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기아차는 신차에 대해 남성미를 유독 강조한 느낌이다.
실내는 수평형 디자인을 적용해 넓은 시각적 공간을 구성하고 운전석과 동승석 도어트림과 크래쉬패드의 상단을 둥근 모양으로 처리하는 랩어라운드 스타일을 적용했다. 재규어 XJ의 실내에서 처음 접했던 그것과도 유사한 모습으로 고급스러움을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실내 스위치는 인체공학을 고려한 배열로 운전자의 조작 편의성을 높였으며, 특히 7인치 컬러 TFT-LCD를 적용한 계기판은 내비게이션과 연동된 방향안내, 타이어공기압 등의 주행 및 차량정보가 표시돼 편리하다. 하지만 최근 수입차와 애프터마켓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기능에 비한다면 조금은 아쉽다. 올 뉴 쏘렌토의 실내는 화려하진 않지만 단조로움과 만족감 높은 조립품질, 고급스러운 소재의 사용 등으로 감성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차체는 전장×전폭×전고의 길이가 각각 4780mm, 1890mm, 1685mm로 기존 모델 대비 전장과 전폭이 95mm, 5mm 길어지고 전고는 15mm 낮아졌다. 이로써 주행성능은 개선되고 안정감 있는 비율을 유지했다. 특히 실내공간을 결정짓는 휠베이스가 기존 2700mm에서 2780mm로 늘어나 보다 여유로운 적재공간과 2, 3열 탑승공간을 확보했다. 특이한 부분은 운전석을 38mm 낮춰 보다 쉽게 승하차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여성운전자에게 큰 이점으로 작용하겠다.
또한 SUV 특성상 짐을 많이 싣는 트렁크는 기존보다 90리터 증가한 605리터로 확장했으며, 뒷좌석을 4대2대4로 나눠 접어 화물공간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국산 SUV에서는 최초로 유로 6기준을 만족하는 올 뉴 쏘렌토는 디젤 R2.0과 디젤 R2.2 등 2개의 라인업을 운영한다. 기아차는 신차발표회 자리에서 올 뉴 쏘렌토는 엔진의 흡입공기를 압축, 밀도를 증대시키는 전자식 터보차저의 개선을 통해 저중속 토크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많이 사용하는 중저속 영역에서 가속 응답성과 체감 주행성능을 강화했다는 의미다.

2개의 엔진 라인업 중 시승차에 탑재된 R2.2 엔진의 경우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를 발휘하고, 전륜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13.4km/L의 공인연비를 기록한다.

주로 고속도로를 달렸던 이번 시승코스에서 올 뉴 쏘렌토의 고속주행 실력과 실내의 NVH(Noise, Vibration, Harshness)에 대해 알아 볼 수 있었다. 먼저 시내는 에코/노멀/스포츠로 이뤄진 주행모드 중 에코모드를 선택했다. 신호에 걸려 정차 중에는 엔진이 일시 정지되고 출발 시 자동으로 시동이 걸리는 고급형 ISG 시스템을 적용했다. 전체적인 주행성능과 공조시스템도 연비를 높이는데 맞춰졌다. 정체가 심하지 않던 도심을 빠져나오는 동안 순간연비는 계속 상승했다.
첫 주행에서 느껴지는 디젤 특유의 떨림이나 소음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고속주행에서도 이 부분은 꽤 만족스러웠다. 진동소음을 잡기 위해 차체와 엔진 블록 커버 등에 흡차음재를 보강하고 도어 하단부에 3중 실링을 적용했다는 것이 기아차의 설명이다.

올림픽대로를 빠져나와 서울춘천고속도로에 올라 중고속 영역을 체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 뉴 쏘렌토는 고속에서도 줄곧 부족함 없는 주행실력을 뽐냈다. 주행모드에 따라 변하지만 스포츠에선 믿음직한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나 새롭게 세팅된 서스펜션의 반응 등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1900kg이나 되는 차체의 육중함이 부담스러운 듯 커브 길에서 충분한 감속 없이 진입 시 롤링이 느껴졌다.

이밖에도 엔진을 새롭게 유로6 기준에 부합하게 개선했지만, 변속기는 효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2단에서 3단으로 혹은 5단에서 6단으로 변속 시에는 수동 조작을 의심케 하는 변속충격이 느껴졌다. 수입 경쟁사들이 7단이나 8단의 다단 변속기와 효율을 강조한 듀얼클러치 등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이날 시승을 마친 후 실제 기록한 연비는 13.0km/L으로 공인연비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대부분의 코스가 고속도로 위주로 짜여 있었고 정체가 거의 없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올 뉴 쏘렌토에서 기아차가 무게를 실은 부분 중 하나는 안전성이다. 전체 모델에 기본 항목으로 포함된 편의 및 안전장치로는 보행자 충돌 시 후드를 들어 올려 보행자의 머리 상해 위험을 감소시켜주는 ‘액티브 후드 시스템’과 ‘개별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 급제동이나 급선회 시 차량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섀시 통합 제어 시스템(VSM)’, 충돌시 앞좌석 탑승객의 골반부를 잡아주는 ‘하체상해 저감장치(EFD)’ 등이 있다.
차체를 키우고 안전성을 높이고 편의사양을 최대화 한 쏘렌토의 3세대 모델이 우리 앞에 섰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 SUV는 갈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업체들은 더 다양한 재능을 뽐내는 모델들을 앞 다퉈 내놓고 있으며 그 만큼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신형 카니발에 이어 내놓은 기아차의 기대작이 소비자들을 얼마만큼 만족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3세대로 진화한 쏘렌토를 마주하며 쏘렌토만의 특징이 퇴색돼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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