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한 상품권, 신규 지폐량의 절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8일 03시 00분


명절선물 선호도… 단골 1위, 상품권의 경제학
2013년 한해 2억7000만장 제조… 50만원권 4년새 10배 늘어
2014년 발행액수 10조원 추정… 모바일붐 타고 카톡상품권 등장

《 4년차 주부 김지영 씨(33)는 추석을 맞아 시댁 어른들 선물용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샀다. 김 씨는 “상품권은 선물의 얼굴을 한 현금”이라며 “현금을 드리면 성의 없어 보이고, 다른 선물을 사자니 실패 확률이 높아 상품권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상품권은 명절 선물 선호도 조사에서 늘 1위를 차지한다. 주요 백화점, 전통시장 상품권의 절반가량이 명절에 팔리는 것이 그 증거다. 1999년 상품권법 폐지 후에는 인지세만 내면 누구나 종이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  
상품권 시장은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고, 특히 최근 3년 동안에는 매년 30%씩 급성장했다. 요즘에는 모바일 상품권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상품권 시장은 올해 10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올해는 종이 상품권이 약 9조 원, 모바일 상품권이 5000억 원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5000억 원은 각종 선불카드가 차지한다.

○ 지폐 쫓는 상품권

최근에는 상품권의 발행량이 지폐의 뒤를 쫒고 있는 상황이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실이 최근 한국조폐공사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이 상품권 발행량은 2억7000만 장으로 신규 지폐 제조량(5억8000만 장)의 절반에 육박했다. 발행액으로 따지면 8조2797억 원어치다.

국내 종이 상품권의 90%를 만드는 한국조폐공사 관계자는 “5만 원권 등장으로 해마다 지폐 발행량은 줄고 있는데 상품권 발행량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외선 검사를 위한 형광물질을 넣는 등 고액 상품권의 위조방지 기능 역시 지폐를 뺨칠 정도다.

상품권 시장의 주도권은 백화점이 쥐고 있다. 조폐공사가 만든 백화점 상품권의 발행액은 2009년 1조9332억 원에서 지난해 6조4056억 원으로 4년 새 3.3배로 증가했다. 특히 50만 원권 고액권은 2009년 33만 장에서 지난해 364만5000장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소비자들은 선물로 받은 상품권을 어디에 쓸까. 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주로 수입의류나 명품을 살 때 쓰인다. 지난해 추석 전후인 9, 10월 롯데백화점 서울 본점에서 사용된 상품권 중에서는 해외패션에 26.0%, 생활가전에 23.0%가 쓰였다. 백화점 관계자는 “고객들이 평소 갖고 싶었던 가격대가 높은 제품을 살 때 선물받은 상품권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백화점 상품권은 주로 부모님 등 어르신들의 선물로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 10월 롯데백화점 본점의 상품권 회수량에서 젊은 고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영플라자의 비중은 3.6%에 불과했다.

○ 온누리의 고군분투, 모바일의 도전

백화점 상품권이 승승장구하는 반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2009년 탄생한 온누리 상품권은 고군분투 중이다. 중소기업청장이 직접 나서 은행과 기업을 대상으로 판촉활동을 할 정도다. 온누리상품권은 추석 특수가 시작되는 이달 1∼19일 352억9000억 원어치가 팔렸다. 기업 고객이 62.5%로 가장 많았고, 공공부문 고객이 27.7%였다.

최근에는 모바일 상품권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모바일 상품권 판매액은 지난해 1400억 원대에서 올해 3배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 추석에는 편의점에서 쓸 수 있는 카카오톡 상품권이 나오는 등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유통되는 상품권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정훈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앞으로도 상품권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 상품권 관련 법률이 10여 개나 되고 관리기관도 여러 곳”이라며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통합된 관리 규정이 없어 문제”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김성모 기자
#상품권#지폐#선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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