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법안 강행-野 필버 충돌]
지선앞 ‘행정통합 보류’ 복잡한 셈법
野 지도부-의원들 정면충돌
與, 대구시의회 반대 성명에… ‘전남광주 통합법’만 법사위 처리
통합법안 재추진 가능성은 열어놔
대구·경북과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법 국회 처리가 보류되면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특별시 출범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일부 시도의회에서 국민의힘 주도로 통합 반대 입장을 밝히자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통합법을 처리하기 어렵다”며 법안 처리를 보류한 것.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충남·대전에 이어 보수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경북 통합까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국민의힘에선 지도부와 해당 지역 의원들이 충돌하는 등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 李 대통령 “행정 통합 강행할 수 없어”
이날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충남·대전, 대구·경북 통합법은 의결을 보류하고 심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추 위원장은 “시도민 반대가 없는 전남·광주를 먼저 통합하고, (다른 지역은) 시간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남·광주 통합법은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 등 여권 주도로 통과됐다.
민주당은 전날 밤까지만 해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처리한 충남·대전 통합법만 제외하고, 여야가 합의한 전남·광주 및 대구·경북 행정통합법을 함께 24일 본회의에 올린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오전 여야 원내대표 회동 등을 거치며 전남·광주 통합법만 처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대구시의회가 반대 성명을 낸 데다 국민의힘이 ‘사법개혁안’ 강행 처리를 이유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한 만큼 지역이 반대하는 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천년의 역사를 가진 광역 행정구역 통합을 충분한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할 수는 없다”며 “100%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해당 지역이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정치권도 대체로 동의해야 통합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통합 법안 재추진 가능성은 열어놨다. 당초 이날 본회의 첫 번째로 올리려던 행정통합법 처리 순번도 7번째로 미뤘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와 연계된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간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막대한 재정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도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 법안 처리 동력이 다시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野 의총서 “당 지도부 통합 반대했다면 책임 엄중”
국민의힘은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다”며 여당으로 책임을 돌렸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재명 대통령과 추미애 법사위원장, 박지원 의원 등 여당 중진 의원까지 나서서 야당 탓으로 전가하고, 지역 갈등과 야당 내부 갈등까지 부추기는 이간계를 이어가는 모습이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선 당 지도부와 대구·경북 의원들이 행정통합법 처리 보류 책임 공방을 벌이며 충돌했다.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낸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비공개 의총에서 “당 지도부 중 누가 (행정통합법 처리를) 반대했는지 밝혀 달라”며 “그 책임은 엄중할 것”이라고 반발한 것. 이에 경북 김천이 지역구인 송 원내대표는 “주 의원께서 저를 지목한 것이라면 큰 오산”이라며 “제 명예가 훼손됐다고 느낀다”고 맞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쟁이 격화되면서 송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원내대표직 사의 표명을 하고 의총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흥분한 상태로 말한 거라 사의 표명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대구 지역 의원들도 성명을 내고 “대구시민의 기대가 컸던 만큼 강한 유감을 표하며, 이번 결정에 대해 엄중히 문제를 제기한다”며 “대구·경북 통합법안 역시 즉각 법사위에서 재논의하여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충남·대전 지역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어제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꼭 통과시켜 달라고 했는데 무산됐다”며 “굉장히 유감스러운 결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은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행정 통합이 아니라 ‘지방선거용 무늬만 행정통합법’”이라며 “‘진짜 행정 통합’에 반대하는 세력은 오히려 민주당”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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