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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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야금을 연주한 게 아니라 가야금과 노동을 했다. 나는 어제의 내 노동과 오늘의 내 노동만을 생각할 뿐이다. 나는 최고의 연주가가 아니라 유일무이한 노동자다. ―‘마술라디오’(정혜윤·한겨레출판사·2014년) 》

“형, 요즘 일하느라 내 생활이 없어요.” 최근 직장을 구한 한 후배가 맥주를 들이켜며 말했다. 3년 동안의 긴 공부를 마치고 남부럽지 않은 회사에 취업한 그였다. 후배는 안주로 나온 땅콩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일이 끝나면 오후 10시가 훌쩍 넘어요. 나를 위한 시간이 하나도 없죠.”

취업 기념으로 여자친구가 선물해줬다는 셔츠는 여전히 빳빳했다. 취업 후 몇 달 새 피곤과 불만으로 주름진 그의 미간과 대조적이었다.

후배가 한창 공부하던 때가 떠올랐다. “얼른 공부 끝나고 취업만 되면 진짜 바랄 게 없어요.” 입버릇처럼 그는 말했다. 후배는 결국 원하던 직업을 가졌다. 하지만 그는 일터에서의 자신은 조직의 부품일 뿐 진정한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술라디오’의 저자는 책에서 ‘로맹 가리의 오렌지’라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두 손으로 여섯 개의 오렌지를 번갈아 공중에 던지는 곡예를 하던 로맹 가리란 사람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그의 실력이 최고라고 평가했지만 로맹 가리는 늘 ‘일곱 번째 오렌지’를 꿈꿨다. 하나의 오렌지만 더하면 완벽해질 것 같았다.

매번 일곱 번째 오렌지를 던지는 데 실패하던 그는 어느 날 자신에게 주어진 여섯 개의 오렌지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해 사는 게 진짜 인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지막’ 오렌지는 어차피 존재하지 않으며 일곱 개의 오렌지로 곡예를 하면 여덟 개째 오렌지를 향한 갈망으로 괴로웠을 것이라는 사실을….

20, 30대 직장인들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이겨내며 이미 여섯 개의 오렌지를 손에 쥐었다. 그토록 바랐던 ‘일’을 하면서도 일곱 번째 오렌지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불평하며 사는 건 아닐까.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며 매일 최선을 다하는 게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일지 모른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마술라디오#지름길#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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