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변화 외면하고 ‘엄청난 무관심’ 뒤로 숨는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 모든 게 너무 경솔하고 엉망이었다. 톰과 데이지, 그들은 정말 무심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물건이든 사람이든 마구 망가뜨려 놓고는, 자신들의 돈이나 엄청난 무관심 뒤로 숨어버리면 그만이었다. ―‘위대한 개츠비’(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찰스 스크라이브너스 선스·2003년) 》

미국 뉴욕 인근을 무대로 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톰과 데이지로 대변되는 속물적 소비문화와 가난한 시골소년 출신 개츠비의 ‘위대한’ 이상을 대비시킨 구도로 진행된다.

소설의 배경인 1920년대 미국은 물질만능의 소비문화로 흥청망청하던 ‘재즈의 시대’였다. 개츠비는 자신이 전쟁에 나간 사이 부잣집 아들과 결혼해버린 첫사랑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번다. 큰 부를 거머쥔 개츠비는 데이지의 집이 보이는 곳에 호화로운 저택을 얻는다.

지나치게 순수한 개츠비의 이상주의는 결국 ‘경솔하고 무심한 인물’들인 톰과 데이지의 물질주의에 무참히 파괴된다. 옛사랑에 대한 큰 관심은 개츠비의 일방적인 것이었다. 정작 데이지에게는 충분한 공감과 관심, 보살핌에서 비롯되는 애정이 없었다. 데이지가 자신의 살인죄를 개츠비에게 덮어씌우고 남편 톰에게 돌아간 것도 ‘엄청난 무관심(vast carelessness)’ 뒤에 숨으려 한 결과였다. 물질만능의 삶 속에서는 아무리 풍요가 넘쳐도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 공감과 보살핌이 실종된다는 걸 피츠제럴드는 보여준다. 바깥은 생지옥이라도 내 집안만 평화롭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정부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사람들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거친 이후 한국이 완전히 달라졌듯 세월호 이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0일이 넘게 지났다. 우리는 공감과 관심을 외면하고 엄청난 무심함 뒤로 숨고 있지 않나 싶어 두렵다.

박유안 번역가
#위대한 개츠비#스콧 피츠제럴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