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들 ‘쓴소리 백가쟁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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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발전방향 ‘社內 토론방’ 제안-댓글 쏟아져

‘사업부 간 경쟁과 전문화는 삼성전자의 장점이다. 하지만 사업부 사이의 벽이 너무 높아 소통이나 협업이 안될 때가 많다.’

‘조직문화가 너무 경직돼 있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다.’

최근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회사의 발전 방향에 대해 사내 인트라넷에 마련된 아이디어 제안 코너에서 올린 글들이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진 중 하나인 이상훈 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이 개설한 토론방에 4000명 이상의 ‘삼성맨’들이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 CFO가 발전 방향에 대한 토론 주도

2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사장은 1일 사내 아이디어 제안 시스템인 ‘모자이크’에 ‘우리 회사가 정보기술(IT)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여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란 주제로 토론방을 개설했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모자이크에 직접 토론방을 만든 건 처음이다. 분기 실적이 2012년 3분기(7∼9월) 이후 처음으로 8조 원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시점에 회사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CFO가 토론방을 개설한 것에 의미 부여를 하는 이들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밑바닥 민심을 파악하고 동시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회사의 발전 방향을 물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11일 마감된 이번 토론에는 총 1000여 건의 글과 3300여 건의 댓글이 올라왔다. 삼성전자 국내 임직원 10만여 명 중 7만여 명이 이 토론방을 방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대 이상으로 솔직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며 “‘말을 아끼는’ 임원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올렸다”고 말했다.

○ 조직문화 비판 글들 많아


삼성전자에 따르면 임직원들이 올린 글과 댓글의 40% 정도는 기술과 제품 전략 관련 내용이었다. 사물인터넷(IoT), 제품 운영체제(OS), 표준 플랫폼 등에 대한 제안이 많았다. 최고경영진 앞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조직문화와 인사제도와 관련된 글도 많이 올라왔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에 따르면 ‘군대 같은 분위기’ ‘일방향적 명령’ ‘부족한 창의성’ 같은 강한 표현들도 나왔다고 한다.

‘성장 동력을 발굴하려면 실패도 용인해 줘야 한다’, ‘당장의 실적 수치뿐 아니라 아이디어 제안과 파격적인 도전에 대해서도 평가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은 사내벤처를 통해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이들도 있었다.

삼성전자 본사 과장급 직원은 “조직문화와 관련된 비판이 최고경영진 앞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되고, 토론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마련된 것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모자이크에 새로 개설된 ‘스마트 TV의 경쟁력’과 관련된 토론방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내에서 사실상 금기시되는 타 사업부 관계자들의 솔직한 비판도 올라온다.

삼성의 성장 비결을 분석한 ‘삼성 웨이’의 저자 중 한 명인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의 조직문화가 쉽게 바뀌진 않겠지만 좀 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회사 차원의 노력이 시작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제출한 직원 10여 명에 대해선 조만간 이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의 식사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유태영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졸업
#삼성맨#백가쟁명#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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