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명 자동문 옆에 왜 서있나 했더니… 단속 첫날 명동 56곳중 27곳 펑펑
“일부러 열어뒀다는 증거대라” 항변도… 8월까지 과태료 최대 300만원 부과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8길에 있는 한 화장품 매장이 문을 연 채로 에어컨을 켜고 영업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날 문을 열고 에어컨을 작동하는 매장에 대한 일제 단속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명동 매장의 직원들 중
단속 요원을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방금 온 손님이 문을 열어둔 채로 들어온 겁니다. 우리가 일부러 열어둔 증거도 없지 않습니까.”
문을 열어둔 채로 에어컨을 가동하는 상점에 대한 올해 첫 단속이 시작된 7일, 서울 중구 명동8길에 있는 L신발 편집숍의 남자 매니저는 위반 행위가 없었다고 강하게 잡아뗐다.
이 매장은 지난해에도 ‘문 열고 에어컨 영업’을 하다 적발돼 경고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도 버젓이 문을 열어둔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매니저는 취재가 시작되자 문을 닫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떠나자 보란 듯이 문을 다시 열었다. 나중에는 여직원이 열린 문을 잡은 채로 단속반이 나타나는지 살피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4년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날부터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매장에 대한 단속에 들어갔다. 단속 기간은 다음 달 말까지다. 단속된 매장은 최초 적발 시에는 경고를 받고 이후 1회 적발되면 50만 원, 2회째는 100만 원, 3회째는 200만 원, 4회째부터는 3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정부는 단속 일변도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사업자들의 자발적 참여도 유도하기로 했다. 2일에는 산업부와 시민단체들이 전 국민 절전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일선 매장의 인식은 전혀 딴판이었다.
이날 명동8길에 있는 점포 56개를 살펴본 결과,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곳은 절반에 가까운 27곳이었다. 이들 매장은 자동문을 수동으로 바꾼 후 고정하거나 여닫이문을 열어둔 채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3시경 취재진이 규정 준수 여부를 살펴보기 시작하자 일부는 그제야 매장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러나 19곳은 끝내 문을 닫지 않았다.
더샘, 이니스프리 등 유명 화장품 매장에서는 직원 1명이 자동문 옆에 상주하면서 손으로 센서를 작동시켜 문을 계속 열어두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단속반이 나타나면 직원이 슬쩍 비켜 문을 닫는 ‘꼼수’를 쓰기 위해서였다. 한 매장 직원은 “살짝 몸만 움직이면 되는 데다 변명하기도 편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절반 정도가 문을 닫고 영업을 한 것은 ‘단속’과 ‘과태료’라는 강제력 덕분이다. 단속 전인 4일 같은 곳을 확인했을 때는 56곳 중 70%가 넘는 40곳이 문을 열고 냉방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당수는 과태료 납부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화장품 매장 매니저는 “최근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적발될 각오를 하고 영업을 한다”며 “경고 후 1번 더 적발되더라도 과태료 50만 원만 내면 돼서 문을 열고 영업하는 편이 매출에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