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신용카드, 승부수는 ‘해외 직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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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구매 올해 2조규모 급성장… 물건값 깎아주고 캐시백 등 혜택
전용카드 내놓으며 영업 강화

워킹맘 홍은정 씨(35)는 네 살짜리 딸의 옷, 신발, 장난감을 미국 백화점이나 해외 유명 브랜드의 온라인쇼핑몰에서 구입한다. 같은 제품을 국내보다 30∼40% 싼값에 살 수 있어서다. 특히 지난달 ‘부활절 세일’ 때는 딸의 여름옷을 한꺼번에 장만하느라 바빴다. 그는 “부활절 기간엔 80%나 할인되는 데다 최근 원-달러 환율까지 떨어져 왕창 샀다”며 “특정 카드로 결제하니 배송비를 깎아주고 포인트도 더 쌓아줘 좋았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에도 해외 직접구매(직구)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는 카드업계도 급성장하는 해외 직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7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세관을 통해 수입된 해외 직구 물품은 4억7800만 달러(약 4800억 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나 늘었다. 2010년 2억7400만 달러에 그쳤던 해외 직구 규모는 해마다 급증해 지난해 처음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옷, 화장품, 가방 등 잡화류 위주였던 직구 품목도 가전, 자동차 부품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엔 중고차 직구와 관련된 문의가 늘자 관세청에서 자동차 직구 안내자료를 낼 정도다. 이 추세라면 올해 해외 직구 시장은 2조 원대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드사들은 직구 전용 카드를 내놓는 것은 물론이고 직구 강연회까지 열며 ‘해외 직구족’ 잡기에 나섰다. 카드사 관계자는 “한때 국내 온라인쇼핑도 생소한 행위였지만 지금은 보편화된 것처럼 해외 직구도 조만간 대중화될 것”이라며 “카드사도 이에 따른 영업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3개월 영업정지를 끝내고 최근 영업을 재개한 NH농협, KB국민카드가 꺼내든 신상품도 해외 직구족을 겨냥했다. NH농협카드는 해외쇼핑몰 등 해외에서 쓰면 이용실적, 한도에 상관없이 결제금액의 2%를 캐시백해 주는 ‘글로벌 언리미티드 체크카드’를 내놨다. KB국민카드의 ‘정 체크카드’는 해외 가맹점에서 5%를 할인해준다. 하나SK카드도 26일 해외 이용금액의 1.5%를 캐시백해 주는 ‘비바G 플래티늄체크카드’를 선보였다.

신한카드가 지난해 국내 최대 해외배송 대행업체인 몰테일과 제휴해 내놓은 ‘몰테일 신한카드 샤인’은 1년 만에 2만 장이 나가 제휴형 카드로는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상품을 단순화하면서 틈새시장을 노린 카드를 만들지 않는 추세지만 해외 직구만큼은 고객 요청이 많아 전용카드를 내놓고 있다”며 “특히 신용카드 대신 성장세가 가파른 체크카드와 결합한 상품이 많다”고 말했다.

직구 관련 이벤트도 다양해졌다. 우리카드는 해외 직구 때 7∼15%를 할인해주는 ‘에브리몰 카드’를 내놓은 데 이어 다음 달 12일 고객을 초청해 직구 강연회를 연다. 현대, 삼성카드도 해외 직구 결제금액 일부를 캐시백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해외직구#전용카드#체크카드#신용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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