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추신수 불고기 광고’가 美서 헛스윙에 그친 까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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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욕타임스에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추신수를 모델로 한 불고기 홍보 광고가 실렸다. 이 광고는 취지가 아주 좋았음에도 현지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미국인들은 광고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유명 야구선수 추신수가 나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불고기를 드세요’라고 전하는 메시지가 뻔히 보이는데, 왜 미국인들 눈에는 그런 게 안 보이는 걸까. 이는 언어 습관과 연관된 문화 DNA에 그 답이 있다.

미국 미시간대의 리처드 니스벳 박사의 연구가 추신수 불고기 광고에 대한 반응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그는 아시아 출신과 서양 출신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숭이, 바나나, 호랑이 중 서로 연관성이 깊은 단어 두 개를 짝지어 보라’고 했다. 아시아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원숭이와 바나나를 짝지었고, 서양 학생들은 원숭이와 호랑이를 짝지었다. ‘바나나를 먹는 원숭이’라는 관계 중심적 사고를 하는 아시아권 학생들과 ‘동물’이라는 범주 분류 위주의 사고를 하는 서구권 학생들의 차이가 드러난 셈이다.

다시 광고 얘기로 돌아가 보자. 동양인인 우리의 문화 DNA로는 거의 모든 한국인이 한식을 먹기 때문에 한국인인 추신수 선수와 한국 식문화를 대표하는 불고기가 쉽게 연결이 된다. 하지만 세상과 사물을 ‘범주’별로 나눠 분류하는 서양인 눈에는 다르게 비쳤을 공산이 크다. 추신수 불고기 광고는 야구라는 운동과 불고기라는 음식, 두 개의 관련성 없는 카테고리가 뒤섞여 있어 혼란을 일으켰다.

추신수 불고기 광고는 또 웹사이트 주소(www.forthenextgernation.com) 하나를 알려주는데, 이 역시 일본군 위안부, 독도 등의 문제를 다루는 곳이다. 서양인들 입장에서는 ‘여성 인권’의 범주에 들어가는 이슈와 영토 분쟁으로 분류돼야 할 문제가 뒤섞여 있어 혼란을 줄 수 있다. 그런데 그 웹사이트 주소가 음식 광고에 나왔으니 더 헷갈릴 수밖에 없다.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애써 만든 광고가 논란만 일으킬 수 있다.

조승연 문화전략가 scho@gurupartners.kr
#추신수#불고기#여성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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