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중기 간 경쟁제품 제도, 협력사 부담만 가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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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윈스

김동섭 대표
김동섭 대표
“데스크톱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중기 간 경쟁제품제도’는 특정업체 봐주기식 행정규제입니다. 중소기업 생태계를 말살하는 제도는 재고돼야 마땅합니다.”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컴윈스(www.comwins.com) 본사에서 만난 김동섭 대표는 ‘중기 간 경쟁제품제도’가 상생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중기 경쟁제품이란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하고 제공하는 제품 중 판로 확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제품을 말한다.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의 공공조달 입찰 참여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2012년 말 데스크톱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를 지원한다는 취지지만, 중소기업 보호 효과는 미미하고 대기업과 협력사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이를 두고 김 대표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중기 간 경쟁제품제도’가 또 다른 중소기업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대기업 데스크톱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부품을 납품하는 21개 중소기업 단체인 ‘데스크톱 OEM·부품 중소기업협의회’(이하 OEM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미흡한 뿌리산업 생태계와 중기 간 경쟁제품제도 실효성 제고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강한 어조로 전했다. 지난해 대기업의 조달시장 점유율이 50%로 제한됐고, 덩달아 협력사의 일감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조달물량 감소로 대부분 회원사가 작년 매출이 반 토막 가까이 줄었다”며 “중소기업 보호 차원에서 대기업 참여를 제한할 수는 있어도 완전 차단해버리면 우리 같은 협력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달시장에 참여한 20여 중소기업 중 일부 상위 기업에 물량이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고 지적하고 “올해는 대기업 점유율이 25%로, 내년에는 0%로 줄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갑작스러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영애로도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장시간 근로 관행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당장 인건비 부담 가중, 가동률 저하로 생산량 차질, 납품기한 준수 어려움, 구인난에 따른 인력 부족 등 ‘4중고’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대표는 1976년에 프레스 금형을 주 사업으로 하는 ㈜컴윈스를 설립해 주로 대기업에 납품해왔다. 처음 35명이 일을 했던 작은 공장은 현재 250여 명이 근무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2005년부터 2012년 초까지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아 금형인들의 단합을 주도했고,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38년간 이끌어온 기업을 100년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현재 아들 김태용 부사장(41)에게 경영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기업승계를 위한 협회 발족에 발 벗고 나선 그는 현재 ‘한국장수기업승계협의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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