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662개 상장기업이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열어 ‘슈퍼 주총데이’로 불렸던 21일 SK, 한화, CJ 등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거나, 재판 중인 대기업 오너들이 대거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최근 실형선고를 받은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SK㈜,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맡고 있던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났다. 이에 따라 SK㈜는 조대식 사장, SK하이닉스는 박성욱 사장, SK이노베이션은 구자영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SK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이사 보수 한도를 5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늘려 관심을 모았다. SK 측은 “워크아웃 당시 지나치게 낮게 정했던 보수 한도를 동종업계 수준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한화는 이번 주총에서 특정 상황에서 제3자 배정을 통한 신주 인수를 허용하기로 정관을 변경했다. 제3자 배정을 통한 신주 인수는 ‘특정 상황’에 대한 검증이 어려워 지분 편법 상속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에 이어 차남인 김동원 씨도 조만간 입사할 예정인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정관 변경은 한화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J그룹 이재현 회장도 임기가 만료된 CJ E&M, CJ오쇼핑, CJ CGV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임기가 남아 있는 CJ㈜,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의 등기이사직은 유지했다.
효성그룹은 탈세·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 사장(장남)을 등기이사로 재선임했다. 또 조현상 부사장(3남)도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이사보수 한도 역시 7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늘렸다. 효성 주총은 시민단체들이 관심을 가지며 잡음이 예상됐지만 특별한 갈등 없이 마무리됐다.
한진그룹도 오너의 경영권을 강화시켰다. 한진해운은 이번 주총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뒤, 다시 이사회를 열어 석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석 사장은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과 함께 각자대표로 활동한다. 한진해운은 다음 달 29일 임시 주총을 열고 조 회장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인데, 업계에서는 이때 조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중공업도 임기가 만료된 이재성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이번 주총에선 현대중공업 대주주로 최근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관련한 안건은 없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주총에서 백정기 부회장을 아모레퍼시픽그룹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그룹 경영고문이던 백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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