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유리 빅2’ 차명폰 이용 가격담합 들통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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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4차례… 임원들이 직접 주도, 당국 추적 피하려 시차 두고 인상
공정위, 384억 과징금… 檢에 고발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축용 판유리 판매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KCC와 한국유리공업에 과징금 384억 원을 물리고 법인 및 임원 2명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국내 건축용 판유리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업체의 담합은 고위 임원들이 직접 주도했으며 이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전용 휴대전화’까지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건축용 판유리 가격을 서로 짜고 인상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KCC와 한국유리공업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KCC에 224억5400만 원, 한국유리공업에 159억6900만 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는 또 담합에 직접 관여한 두 회사의 고위임원 2명과 두 법인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검찰이 법인을 기소하면 벌금형이 추가로 주어질 수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 업체는 2006년 11월∼2009년 4월 영업담당 임원모임 등을 통해 두께 5∼6mm짜리 건축용 판유리 가격을 10∼15%씩 네 차례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두께 5∼6mm 판유리의 1m²당 평균가격은 가격담합 이전에 3413원이었지만 담합 이후에는 5512원으로 62%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규격의 판유리는 건축용 판유리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제품으로 아파트나 상업용 건물의 창문에 사용되며 전체 판유리 제품 가격의 기준이 된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국내 건축용 판유리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 차이가 10%포인트 안쪽이어서 먼저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자 담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 업체들의 담합은 대표이사, 전무이사 등 양사의 고위 임원들이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양사 임원들은 직접 만나 판매가격을 협의했고 통화를 할 때에는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차명으로 개설한 전용 휴대전화를 썼다. 이 임원들은 일반 통화를 할 때는 이 휴대전화를 일절 쓰지 않고 상대방 임원과 가격을 협의할 때만 사용했다.

두 회사는 가격을 인상할 때 담합 의혹을 받지 않기 위해 시차를 두고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또 2008년에 업계에서 담합 의혹이 불거지자 관련자들의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증거를 없앴다. 회사 내부에서 가격담합 관련 보고를 할 때는 구두로 해 증거를 남기지 않도록 했다.

공정위 당국자는 “인상된 판유리 가격 탓에 아파트 분양원가 등이 상승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봤다”면서 “2009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는 판유리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판유리#가격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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