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 New]“아기똥이 더럽다고요? 소중하고 사랑스러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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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 모유연구소가 만든 ‘아기똥 솔루션’ 엄마들 사이에 스마트폰 필수앱으로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매일모유연구소는 아기 대변과 모유를 함께 분석해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16일 정지아 매일모유연구소장(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 연구원들에게 아기 대변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매일유업 제공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매일모유연구소는 아기 대변과 모유를 함께 분석해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16일 정지아 매일모유연구소장(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 연구원들에게 아기 대변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매일유업 제공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매일모유연구소의 김지희 연구원(29)은 주변에서 ‘아기 똥 박사’로 통한다. 매일유업이 2010년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아기똥 솔루션’을 운영하면서 엄마들이 사진으로 찍어 올린 아기의 변을 분석하고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력이 쌓이다 보니 미혼인데도 변의 사진과 형태만 봐도 아기의 건강상태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스마트폰용으로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인 ‘아기똥 솔루션’ 앱은 지금까지 5만 건 이상 다운로드됐다. 아기 엄마들 사이에선 ‘핫’한 ‘필수 앱’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특히 주말이나 연휴가 끝난 다음 날에는 상담 요청이 평소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쉬는 동안 집중적으로 육아를 한 워킹맘들의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모유 세미나나 임신출산박람회에 나가면 아기 기저귀를 싸 가지고 와 상담을 청하는 열혈 엄마도 많다”며 “처음엔 시큼한 변 냄새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번엔 어떤 응가가 왔나’ 호기심을 가질 정도로 익숙해졌다”고 전했다.

○ 소중한 아기 똥

‘아기똥 솔루션’은 색깔과 형태가 변화무쌍한 신생아부터 24개월까지의 아기들의 변을 분석하면서 엄마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개발됐다. 엄마들은 변을 볼 때 아기들의 표정, 변의 무른 정도와 모양 등을 입력하면서 관련 정보를 누적할 수도 있다. 매일유업은 앱에 오른 사례들을 연구의 기초 자료로 삼아 분유 등 관련 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16일 오후 방문한 경기 평택시 진위면의 매일모유연구소에서는 아기 똥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유영 연구원(31)과 전기훈 연구원(29)은 아기 변에서 분리한 유산균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 두 연구원은 아기 변에 들어있는 6000여 종의 세균을 분리했다. 여기서 900종의 유산균을 확보했으며, 400개의 비피더스균을 분리하는 데도 성공했다. 정밀한 작업이 많아 꼬박 2주일이 걸렸다.

미혼인 두 연구원은 경력이 쌓일수록 아기 변이 더럽다기보다는 귀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전 연구원은 “성인용 발효유 제품을 개발할 때는 6주간 성인 대변 샘플을 240개 분석한 적도 있다”며 “그에 비하면 아기 변은 훨씬 깨끗하게 느껴진다”고 웃으며 말했다.

분유업체가 아기 변 연구에 매달리는 것은 모유와 가장 가까운 분유를 만들기 위해서다.

매일모유연구소를 총괄 관리하는 정지아 소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모유를 먹는지, 자연 분만했는지 등의 조건에 따라 비피더스균의 검출 양과 종류가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영유아의 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고 안전성이 입증된 유산균 ‘BB-12’는 1월 출시된 매일유업의 신제품 ‘앱솔루트 유기농 궁’과 ‘앱솔루트 엄마가 만든 명작’에 반영됐다.

○ 아기 똥 연구의 결실

‘앱솔루트 엄마가 만든 명작’은 매일유업이 프리미엄 분유와 일반 분유로 이원화됐던 조제분유 제품군을 하나로 통합하고 한국인 모유 수준에 맞춰 성분을 조절해 내놓은 신제품이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한 소비자단체가 시판 중인 조제분유를 조사한 결과 프리미엄 분유와 일반 분유의 영양 성분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가격 차가 30% 이상 난다고 발표해 논란이 된 후 새로운 기획을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고민과 반성 끝에 ‘프리미엄’과 ‘일반’의 구분을 없앤 신제품을 출시하자 엄마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함께 출시한 ‘앱솔루트 유기농 궁’ 역시 타사 유기농 분유 가격의 70% 수준인 3만 원대에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변뿐 아니라 엄마들의 모유를 직접 분석하는 것도 모유에 최대한 가까운 분유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모유 연구 담당인 임종갑 연구원(32)은 산모들이 식사 일기와 모유(150mL)를 보내면 모유에 섞인 성분 25종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정밀 분석의 경우 15개 샘플을 분석하는 데 한 달이 소요된다. 산모들이 사설 업체에 의뢰해 유료로 같은 서비스를 받을 경우 150만 원이 드는 고가의 서비스이다 보니 모유 분석에 동참하겠다는 엄마들의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남성인 데다 미혼인 임 연구원은 처음엔 모유를 직접 본 적이 없어 나름의 ‘고충’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색깔이 유난히 노란 모유는 낯설게 느껴지더라고요. 처음엔 모유를 만진다는 게 기분이 이상해 실리콘 장갑을 꼭 끼고 만졌는데 이제는 익숙해졌어요. 나중에 제 아내의 모유도 직접 분석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실제로 임 연구원이 시험관에 넣어 분리해 둔 모유들은 흰색부터 샛노란 색까지 색깔이 다양해 흥미로웠다. 정 소장은 “모유 수유 중 건강보조식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한 산모의 모유에서 미량의 중금속이 검출된 적도 있다”며 “섭취하는 식품이 모유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추적할 수 있어 엄마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평택=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매일유업#아기똥 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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