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출시되는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4’ 개발 태스크포스팀(TFT)에서 활약했던 강민석 차장, 강익선 차장, 윤영식 과장(왼쪽부터)이 ‘갤럭시S4’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1년여 동안 열정과 노력을 후회 없이 쏟아 부었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 제공
“1년 넘게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중책을 맡았는데도 일절 얘기할 수 없으니 마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 하는 홍길동이 된 기분이었어요.”
삼성전자 ‘갤럭시S4’ 개발 과정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보안의 연속이었다. 주변 동료는 물론 가족들이 물어도 “나도 궁금하다”며 시치미를 잡아뗄 수밖에 없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터라 제품에 관한 애기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탁 트인 야외에서도 아예 화제에 올리지 않았다.
철저히 베일에 싸였던 갤럭시S4가 미국 뉴욕에서 지난달 14일(현지 시간) 공개된 데 이어 25일 국내 공개행사를 갖고 27일부터 본격 판매된다. 갤럭시S4 개발의 주역들을 1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만났다.
강민석 차장(37), 강익선 차장(36), 윤영식 과장(36)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 모든 기능, 디자인, 사용자 경험(UX)이 소중하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하나도 없다”며 갤럭시S4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들은 모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소속으로 지난해 초부터 약 20명으로 구성된 갤럭시S4 개발 태스크포스팀(TFT)에서 활동했다.
○ 미스터리 쇼퍼로 변신
강민석 차장은 지난 1년간 단 하루도 머릿속에서 갤럭시S4를 떨쳐낸 적이 없다. 해외출장을 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갤럭시S3’를 든 사람들을 마주치면 무작정 다가가 “왜 이 제품을 샀느냐, 불편한 점은 없느냐”고 입버릇처럼 물었다.
신분을 속이고 서비스를 평가하는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가 돼 외국의 삼성모바일숍을 여러 차례 드나들기도 했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분석하는 부서가 따로 있지만 개발자들도 직접 체험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도 갤럭시S4를 기획하고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며 “20대 사원부터 60대 임원까지 개발팀 모두는 1년간 ‘사용자’의 자세로 생활했다”고 말했다.
개발실 한쪽에는 목장갑, 가죽장갑, 고무장갑까지 다양한 종류의 장갑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추운 겨울 두꺼운 장갑을 끼고도 스마트폰을 터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것들이다. 하루에도 장갑을 꼈다 벗었다를 수십 번씩 반복한 개발팀의 노력 끝에 갤럭시S4는 장갑을 끼고도 작동할 수 있는 ‘장갑터치’ 기능과 손가락을 화면 근처에 갖다 대기만 해도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근접터치’ 기능을 갖게 됐다.
○ “태어난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게”
강익선 차장은 ‘갤럭시S’, ‘갤럭시S3’에 이어 세 번째로 갤럭시S 시리즈 개발에 참여한 산증인이다. 그는 “2010년 5월 출시된 갤럭시S 개발 때와 비교하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위상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기에 부담이 더 컸다”면서도 “압박이 심했지만 팀원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이겨냈다”고 말했다.
두 명의 강 차장을 포함해 모두 4명이 개발팀에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2세를 얻었다. 팀원들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갤럭시S4를 선보이자”며 의지를 불태웠다고 한다. 강민석 차장은 “지난해 태어난 아이가 옹알이라도 하면 촬영할 당시 주변의 소리나 피사체의 음성까지 기록할 수 있는 ‘사운드 앤드 샷’ 기능이 생각났다”며 “당장 갤럭시S4를 가져와 아이를 찍고 싶었지만 외부 반출이 안 되니 안타까울 뿐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윤 과장은 “갤럭시S4는 오랜 산고(産苦) 끝에 탄생한 친자식 같은 느낌이 든다”며 “1년여 동안 개발팀에서 일하면서 열정과 노력을 후회 없이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7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 켄싱턴의 ‘올림피아 웨스트홀’에서 갤럭시 S4 월드투어를 열고 한국, 독일, 프랑스 등 10개국에서 동시에 판매를 시작한다. 여러 나라에서 제품을 동시에 출시하는 ‘파워 론칭’ 방식으로 초반부터 세계적으로 갤럭시S4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이들 개발팀 3인방은 “갤럭시S4는 마치 소비자들이 우리에게 내 준 커다란 숙제와도 같았다”며 “출시 후 제품을 받아 본 소비자들에게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을 받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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